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유학생들의 미국 내 취업을 막는 방안에 이어 문화교류비자(J-1)와 특정 계절에만 일하는 노동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실업 때문이라지만 사실상 이민을 막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25일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문화교류 명목으로 미국에 오는 이들과 임시 일자리를 얻어 미국 대학에 오는 학생들의 수를 줄이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세부안을 조율 중으로 이르면 이번주에 관련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J-1을 받는 이들은 주로 놀이공원과 캠프·리조트 등지에서 성수기인 여름에 일한다. 트럼프 정부는 전문직 숙련노동자와 조경·건설 분야에서 일하는 계절성 근로자에 대한 비자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해 약 100만명이 이 같은 비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J-1을 업무나 연구에 기반한 교환방문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발급되는 비이민비자라고 정의하고 있어 연수와 인턴십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법무부에서 이민 문제를 담당했던 리언 프레스코는 “J-1의 대부분은 놀이공원과 캠프·리조트 등 여름철 일자리를 위해 미국에 오는 사람들에게 발급된다”며 “코로나19로 수요가 줄어든 현 상황에서는 정치적 이유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때 남부 장벽 건설과 불법이민자 추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후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60일간 영주권 발급을 중단했다. 행정부 내 강경파 인사들은 미국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대통령선거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 조치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해외유학생들이 미국 대학을 졸업한 후 학생비자 상태에서 미국 기업에 1년간(과학·엔지니어 전공자는 3년) 취업할 수 있는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프로그램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반이민을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농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제외한 모든 이주노동자를 금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 역시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민을 재선 캠페인의 주요 의제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미 재계는 인력수급 측면에서 해외 근로자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업률이 높아도 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쉽지 않은 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기업 300여곳과 경제단체·고등교육기관들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숙련 노동자의 접근을 단기간이라도 축소하면 미국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면서 행정부 내 막후실세라는 평가를 받는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가 관심사다. 현재 반이민정책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앞서 이민 일시중단 결정 때도 쿠슈너 선임보좌관이 기술과 농업 분야는 제외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바 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