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들깨며 고추 상추가 잘 자라고 있는 뒤뜨락 텃밭
꿀벌이 윙윙대는 여름날 밭에 들어서면 머리에 하얀 무명수건을 두르신
어머니가 보인다
유복자 동생을 품에 안고 일찍 홀로되신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따라가다 보면
밭 그늘에 앉아 흥얼흥얼 노래하시던 모습이 한묶음의 추억이 되어 펄럭인다
"주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
십자가 밑에 나아가 내 짐을 풀었네"
그렁그렁 눈물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굳은 다짐 같기도 한 엄마의 노래
뙤약볕의 치열한 삶속에서 남모르게 치마폭에 감추어둔 눈물을
그렇게 풀어내셨으리라
이마에 맺힌 땀방울에 가리워진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하늘에서 평생을 그리던 아버지를 만나 행복하실까
들깻잎 너풀대는 밭 그늘에 앉아 있으면 내 유년의 한나절이 소리없이 내려와
살구빛 모거나이트로 반짝이고 있다
어머니의 시간이 묻어 있는 텃밭엔 세월처럼 묵묵히 구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