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일자리 위기는 히스패닉에게 훨씬 가혹했다. 히스패닉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은 백인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코로나19 확진·사망률에서도 드러난 인종 간 불평등이 거듭 확인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회복 속도 역시 히스패닉이 상대적으로 더딜 염려가 커 이대로라면 인종 간 경제적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실시한 조사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었다(휴직 포함)’는 문항에 히스패닉 응답자 10명 중 2명(20%)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백인 응답자 비율(11%)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흑인도 16%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답해 평균(13%)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8,08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앞서 미 고용부가 발표한 3월 실업률(비농업 취업종사자 기준) 통계도 히스패닉이 백인보다 실직 위험이 큰 현실을 보여줬다. 전체 평균(4.4%)이 전달보다 0.9%포인트 증가하는 동안 히스패닉(6%)은 1.6%포인트가 늘었다. 실업률 자체도 높은데다 증가 속도도 히스패닉이 평균보다 빠르다는 의미다.
히스패닉·흑인 종사자 비중이 높은 산업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영향이 컸다. 호텔과 음식점, 소매점 등의 ‘블루칼라’ 노동자 4분의 1 이상이 히스패닉이다. 봉쇄령으로 손님 발길이 뚝 끊긴 곳들이 대부분이다. WP 조사에서는 블루칼라의 실직 비율(26%)이 사무직인 ‘화이트칼라’(11%)의 2배가 넘었다.
이 같은 수치들은 결국 코로나19발 일자리 격차가 사회ㆍ경제 전반의 구조적 불균형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이디 쉬어홀츠 미 경제정책연구소(EPI) 경제학자는 “미국 내에는 여전히 인종에 따른 직업 분리 현상이 존재한다”면서 “교육 수준이나 인적 네트워크의 차이, 단순 차별 등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사망률을 봐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많은 흑인과 히스패닉이 코로나19 확진ㆍ사망률도 훨씬 높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뉴욕시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흑인과 히스패닉은 각각 92.3명, 74.3명에 달하는 반면 백인은 45.2명에 그친다. 타냐 월리스고번 국립흑인노동자센터 감독관은 “저임금, 부족한 의료 접근권, 실업 등 코로나19 이전에 있던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불균형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회복 속도다. 자산 기반이 약하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은 위기 후 회복 탄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백인 가정의 부가 안정화하던 2010~2013년 사이 히스패닉·흑인 가정은 오히려 20%의 추가 감소를 경험했다. EPI 소속 경제학자 발레리 윌슨은 “정부 정책이 소득ㆍ고용 등에서 인종적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의 불평등 악화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