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해외거주 가족의 영주권 취득 중단…EB-1도 제한
미국인의 21세 미만 자녀·배우자, 코로나19 의료진, 미군 등 예외
비이민 비자 취득엔 영향 없어…"코로나19 대응 실패 모면용"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그린카드'(영주권) 발급을 60일 동안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국인을 외국인 노동자들과의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라는 이 명령은 합법적인 영주권을 원하는 미국 밖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사실상의 입국제한 조처다.
미국 영주권은 미국에서 거주하고 일할 권리를 부여하며, 시민권을 가지려는 모든 형태의 이민자들에겐 의무적으로 거쳐야 할 디딤돌이다.
기존 영주권자가 가족 영주권 취득을 지원하는 데 제약이 생기는 등 적잖은 영향이 있지만, 기존 비자 소지자나 의료진, 군인 등에겐 적용되지 않는 등 예상보다 변화 폭이 작다는 점에서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누가 영향 받나…예외 대상은
이 명령은 서명 시점부터 미국 이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금하는 조치다.
직격탄을 받는 대상의 범주는 부모나 성인 자녀, 형제 등 미국인의 가족 구성원이면서도 영주권이 없어 이를 받으려는 이들이다. 즉 기존 그린카드 소지자들이 배우자나 자녀의 영주권 취득을 위해 이들을 후원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취업 또는 특정 분야에서 출중한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주는 EB-1과 같이 다른 수단을 통한 그린카드 발급 역시 제한된다.
하지만 이민 비자가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라고 미국 NBC방송은 전했다.
미국 시민의 21세 미만 자녀와 배우자는 여전히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일하는 '의사, 간호사, 기타 의료 전문가'로 정의되는 의료진도 예외다. 이들은 배우자와 21세 미만의 미혼 자녀를 데리고 갈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최소 90만 달러(약 11억원) 투자가 요구되는 EB-5(투자이민)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미군 부대원들도 행정명령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결정한 "국익에 부합하는" 이들이 행정명령에서 면제된다고 NBC는 전했다.
◇ 비이민 비자 취득에 영향 없어…"미국내 거주자 영향 없을 듯"
이 명령은 임시 허가된 비이민 비자 취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여기엔 전문직 인력에게 주는 H-1B 비자, 농업 분야 임시취업 비자인 H-2A 등이 포함된다.
물론 행정명령이 기존 비자를 무효로 하지는 않고, 미국으로의 관광객들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국 내 거주자들 역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민 변호사인 그레그 시스킨트는 "이 명령이 비자를 갖고 합법적으로 미국에 있는 외국인들의 영주권 신청을 막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들이 비이민 비자로 여기에 있다면 그들은 지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명령은 미 영주권자의 시민권 획득 절차에도 영향을 안 준다고 NBC는 설명했다. 영주권자는 여전히 기존 채널을 통해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이민국(CIS)의 일선 사무소는 문을 닫았는데, 이는 시민권 취득 절차가 중단됐다는 것을 뜻한다.
또 전 세계적으로 미국행 일상 비자 업무가 멈췄고, 난민 허가도 중단됐다.
NBC는 "이 명령은 이미 시행 중인 제한을 공식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민주당 "코로나19 대응 실패 시선을 돌리려는 것" 비난
NBC는 "트럼프는 이민 이슈에 반복적으로 기대고 있다"며 "무슬림에 대한 벽 쌓기는 2016년 (대선의) 주요 항목이었다. 이는 그의 핵심 지지층인 노년층,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이슈"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이슈 처리에 대해 찬반 여론이 각각 46%로 나온 최근 유고프 조사를 거론하며 적지 않은 미국인이 이민 장벽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그의 코로나19 처리 실패로부터 시선을 돌리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앞서 의회 히스패닉 코커스 의장인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은 "위기를 이용해 반이민 어젠더를 진전시키려는 권위주의적 움직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 국토안보부 장관, 50일 내 지속 여부 트럼프에 권고
이 명령은 미 동부 시간 23일 오후 11시 59분에 발효돼 60일간 지속한다.
대통령 서명 후 50일까지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 조치의 지속 여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고해야 한다.
이민 준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이런 행정명령에 대한 미 대통령의 권한은 이민법 212조에서 나왔다. 여기에는 대통령이 미 이익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국을 차단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NBC는 소개했다.
NBC는 "이 법은 이전에 쿠바와 아이티 난민과 인권 침해자들을 포함한 좁은 범주의 사람들을 입국 금지하기 위해 적용됐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 용도를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명령은 '미국으로의 이민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던 트럼프의 지난 20일 트위터보다는 (범위가) 좁다"고 평가했다.
또 "무슬림 입국 금지처럼 그의 명령은 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