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후 좋은 유두암·여포암은
0.5~1㎝까지 진단 않고 관찰
수술·부작용 전보다 줄었지만
수술기피 림프절·원격전이 땐
절제범위·재발 가능성 커져
순한 암이라도 1㎝ 이상이나
기관지·신경 가까우면 제거를
몸의 대사 속도 등을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고 저장하는 여포세포에 생기는 갑상선암은 일반적으로 진행속도가 느려 ‘거북이암’ ‘순한 암’으로 불린다. 전체 갑상선암의 70~80%를 차지하는 유두암이 대표적이다. 10년 생존율이 100.2%(2012~2016년 발생자)로 갑상선암에 걸리지 않은 같은 또래의 일반인보다 높아 최근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이다.
갑상선(갑상샘)은 목 중앙에 나비 모양으로 얹혀 있다. 한쪽 날개는 폭 2㎝, 높이 5㎝, 무게는 양쪽을 합해 15~20g 정도다. 주변에 기도·식도·성대와 목소리 신경, 심장과 뇌를 이어주는 동맥 등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어 갑상선 외곽 쪽에 암이 생기면 주변 조직으로 침투·전이되기 쉽다.
갑상선암이 어느 크기일 때 진단·수술을 하는 게 좋은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갑상선 초음파 기술의 발전으로 0.5㎝ 안팎의 갑상선 종양까지 샅샅이 찾아내 수술이 이뤄지자 지난 2012년에는 과잉진단·수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래서 관련 학회의 논의를 거쳐 예후가 좋은 편인 유두암·여포암은 0.5~1㎝까지는 암인지를 진단하지 말고 지켜보는(경과관찰)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 때문에 2006년까지 2만명을 밑돌던 신규 갑상선암 환자가 2012년 4만4,600여명까지 늘어나 모든 암 중 압도적 1위를 달리다 2016년 2만6,050여명으로 고꾸라졌다. 2012~2016년 인구 10만명당 갑상선암 발생률(진단율)은 약 75명에서 44명으로, 갑상선절제술 비율은 70명에서 22명으로 줄었다.
◇부갑상선 혈관 잘려 평생 칼슘·비타민D 보충해야 할 수도
이에 따라 갑상선절제 수술에 따른 심각한 합병증인 부갑상선기능저하증 발생률도 함께 감소했다. 부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2007년 인구 10만명당 2.6명에서 2012년 7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6년 3.3명으로 줄었다. 가천대 길병원 이시훈(내분비내과)·이준협(갑상선클리닉) 교수와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안성복 교수팀이 2007~2016년 건강보험 빅데이터 등을 토대로 갑상선암 발생률과 수술건수, 수술 후 부갑상선기능저하증 발생률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갑상선 뒤쪽에 위치한 부갑상선은 인체의 칼슘 대사에 중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 갑상선과 부갑상선은 같은 혈관으로부터 영양·산소를 실은 혈액을 공급받는데 갑상선절제술 과정에서 잘려나가는 등 혈류에 문제가 생기면 부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저칼슘혈증으로 뼈와 콩팥(신장) 기능에 이상이 온다. 이상감각, 가벼운 자극으로 손발 등의 근육이 수축·경련하는 테타니 현상, 극도의 피로감·우울·불안 등의 증상도 따른다.
빈도는 갑상선암이 진행됐을수록, 수술범위가 커질수록 증가한다. 일시적인 저하증은 수술 후 약 5%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대부분 2주~6개월 사이에 회복된다. 영구적인 저하증은 1,000명 중 1명 정도 발생한다. 이 경우 평생 고용량 칼슘제와 활성형 비타민D를 보충해줘야 한다. 이로 인해 콩팥 기능이 저하되거나 뇌·다른 조직에 칼슘이 침착돼 뇌전증(간질)·동맥경화·혈관폐색 위험이 커진다.
수술 과정에서 성대로 가는 신경이 손상되면 쉰 목소리가 나고 고음·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성대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은 일시적이며 늦어도 12개월 안에 회복된다. 하지만 수백명 중 1명은 영구적인 성대마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갑상선 수술을 미루는 게 능사는 아니다. 암 진단 후 수술을 하지 않고 추적관찰만 해도 되는 갑상선암은 유두암 중에서도 크기가 작고 림프절 전이가 의심되지 않는 초기암 중 일부다. 갑상선 유두암도 림프절 침범이 빈번하게 관찰되고 방치할 경우 뼈·폐 등으로 원격전이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준협 교수는 “‘착한 암’ ‘거북이암’으로 불리는 갑상선 유두암을 조기에 치료해도 생존율의 변화가 없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치료를 늦게 받으면 림프절·원격전이로 수술 범위가 커지거나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한 유두암도 기관지·신경 가까이 있으면 조기절제 유리
갑상선암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여포암(여포성 갑상선암)은 현미경으로 유두암 세포와 구별하기 어렵고 세포·조직 검사를 해도 암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2㎝ 안팎으로 꽤 커진 상태에서 발견·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폐·뼈 등 전신에 걸쳐 전이된 경우 생존율이 떨어진다. 암이 의심되면 수술로 절제한 뒤 주변 조직으로 파고든 흔적이 있는지를 보고 암 여부를 판단한다.
갑상선암 중에는 ‘매우 무서운 암’도 있다.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갑상선 세포의 기능을 상당히 또는 모두 잃은 저분화·미분화 갑상선암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며 전이도 잘 돼 생존율이 낮다. 특히 갑상선암에서 온 것인지, 다른 암에서 온 것인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갑상선 세포로 전혀 분화하지 않은 미분화 갑상선암(역형성암)의 경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진단 후 2~3개월, 길어도 3~6개월 안에 사망한다. 갑상선 수질암도 진단 시 50% 정도의 환자에서 림프절 전이가 나타나고 5~10%는 다른 장기에 전이가 발견돼 생존율이 낮다.
암 진단 및 수술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정웅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갑상선내분비외과)는 “0.5㎝쯤 되는 순한 유두암·여포암도 조금만 자라면 기관지·신경 등을 침투할 수 있는 위험한 곳에 자리 잡았다면 빨리 제거하는 게 나을 수 있다”며 “또 0.5~1㎝ 크기라도 초음파상 암이 의심돼 조직검사 등을 통해 확인되면 빨리 제거하는 게 낫다”고 했다. 경과관찰을 하다 림프절 등으로 전이되면 수술범위만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1㎝ 이상으로 커진 암은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정 교수는 “갑상선암도 초기에 발견해 치료·수술하는 게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며 “병기가 3기를 넘어가면 보조치료도 해야 하고 재발률·사망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송정윤 강동경희대병원 교수도 “미세 유두암이라도 20%에 이르는 재발률을 보이고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면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다. 급성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 출혈·염증 같은 양성 질환인 경우가 많다. 쉰 목소리가 나오는 경우 되돌이 후두신경 주변에서 갑상선암이 발생해 성대 마비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 60세 이상 또는 30세 미만 연령층에서 혹이 만져지면 갑상선암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