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폭주로 법원 마비
법정에 서기까지 2~3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 재판 적체건수만 무려 100만 건에 달하며 계류기간만 2년 이상 걸리는 등 이민 법정의 기능 장애로 이민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19일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이민 법정 시스템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AP는 지난해 가을 보스턴과 샌디에고 등 11개 도시에 있는 이민 법정을 열흘 동안 24차례 이상 방문해 혼선으로 점철된 미 이민정책과 이민 법정의 실태를 A4용지 9 페이지 분량의 르포 형식으로 전했다.
AP는 “비밀로 둘러싸인 채 법무부에 의해 운영되는 이민 법정은 수년째 기능 장애 상태이고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이민 법정이 혼돈과 혼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민 법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원인은 폭증한 업무량 때문이다. 망명 신청자의 급증,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단속과 불법 이민자 단속, 표류하는 이민 정책이 많은 사람을 이민 법정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민 법정에 쌓인 심판 사건은 100만건에 달하며 이민 법정은 “전례가 없는 혼란에 빠졌다”고 AP는 전했다.
뉴욕 맨해턴의 한 이민 법정에선 판사가 하루에 90건을 심판해야 할 때도 있고, 망명 신청자와 불법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얻기 위해 이민 법정에 서기까지 대략 2∼3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뉴욕 이민 법정에서 영주권 취득을 위한 이민 심판을 받고자 2년 동안 기다려온 과테말라 출신의 루벨리오 카르도나는 작년 5월에 이민 심판 일정을 통보받았지만, 여전히 법정에 서지 못했다.
이런 현상은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라큐스대 사법정보센터(TRAC)에 따르면 LA와 샌프란시스코 법정에서는 6만건 이상의 이민 심판 사건이 밀려있고, 버지니아주 알링턴 법정부터 네브라스카주의 오마하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민 심판 사건은 평균 2년 이상 계류된다.
과테말라 출신의 오덴시오 로페즈는 7년 전 보스턴 이민 법정에 망명을 신청했지만, 작년 11월에서야 법정에 출석할 수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변호사는 불법 이민자 수용시설에 흩어진 이민신청자를 따라다녀야 하고, 통역사는 전국 곳곳의 이민 법정에서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법정이 열리더라도 변호사와 통역사들이 제때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판사들의 성향에 따라 이민 심판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AP는 “망명 신청의 99%를 거부하는 판사가 있지만, 90% 이상을 수용하는 판사도 있다”며 “이것은 거의 제비뽑기에서 복불복의 행운과 같다”고 말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