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문이 불편하다고 새로운 문을 열어 달라고 졸랐다
열어 놓은 새 문에는 기웃거림도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작은 과거를 찾아 액자에 걸을까 말까
생각은 곧 사라져 버리고 멀리서 이명 소리 들린다
머리와 가슴 속에 살짝 들어와 오래 갈 것 같은
영혼의 목소리는 구름 타고 바람 타고 우주 속을 유영하다
정직한 계절과 마주한다
견해 차이로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 을 상기시킨다
엘레강스와 에니시테처럼 무섭게 가고 싶지 않지만
공포를 안고도 몇 명의 남자를 거치는 세큐레를 생각하며
숨도 쉬지 않고 마른 침만 넘긴다
집착이 무딘 정적을 깨고 튀어 나올 수 있는 불안감은
마술 같은 행동으로 너울너울 바람 속에 넣어두고
선택을 해야 하는 길 위에 이별을 덥지 않고
바닥에 뿌려 놓은 뒤 다시 쓸어 모으면
사랑이 시작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