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한 밤이 비로 내린다
낮부터 내내 내려
이제는 어두운 입김으로 서린다
잠시도 머물지 않고
홀연히 지나며
생각을 흠뻑 적시고
마른 영혼의 도랑을 흐른다
명치 끝 패인 곳을 돌아 나온
벌떼 같은 상념이
민감하게 곤두서
빗줄기 같은 물음을 퍼붓는다
어찌할 수 없는 삶을 대답하라고 한다
나의 한계가 몹시 초라하다
잔인한 계절의 소생에
갈증이 나고
망각의 희망속에
밤은 밤으로 깊어가고
비는 더욱 비로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