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들이 드디어 기지개를 활짝 펼 수 있게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토록 치열했던 주택 구입 경쟁이 올 들어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췄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해를 감수해야만 했던 바이어들은 이제 셀러와 동등한 위치에서 주택 거래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경제 매체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마켓워치가 온라인 부동산 업체 레드핀의 자체 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올해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이른바‘구입 경쟁’(Bidding War)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레드핀이 자체 소속 부동산 에이전트 중 바이어를 담당한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지난 8월 구입 경쟁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약 1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인 7월의 약 11.4%보다 소폭 하락한 비율로 레드핀이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다른 바이어들과 구입 경쟁을 치러야 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무려 약 42%에 달했고 지난해 3월은 레드핀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약 59%의 에이전트들이 구입 경쟁 현실을 호소한 바 있다.
1년 중 주택 거래가 활발해야 할 여름철 성수기인 7월과 8월 구입 경쟁이 모습을 감춘 점, 불과 1년 만에 구입 열기가 급랭한 점 등과 관련,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이 셀러스 마켓에서 바이어스 마켓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신호로 분석하고 있다. 주택 구입 선호도가 높고 매물이 부족한 일부 대도시의 경우 구입 경쟁 비율이 여전히 높지만 지난해 대비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8월 구입 경쟁 비율이 약 76.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샌호제의 구입 경쟁 비율은 올해 8월 약 10.3%로 곤두박질쳤다.
심각한 매물 부족으로 주택 구입 여건이 여전히 열악한 LA 역시 구입 경쟁 비율이 지난해 약 62.8%에서 올해 약 14.4%로 낮아졌다.
레드핀 측은 보고서를 통해 모기지 이자율 하락으로 주택 거래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물 부족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주택 구입에 대한 관심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데릴 페어웨더 레드핀 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심화로 대기 주택 구매자들이 구입 결정을 미루고 있다”라며 “그러나 올 연말까지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낮은 모기지 이자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주택 구입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