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퍼마켓이 들어서는 지역은 인근 주택 가격이 들썩이는가 하면 기존 주민이 부유층으로 대체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까지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애톰’(ATTOM) 데이타 솔루션과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질로우닷컴은 최근 발표한 공동 보고서를 통해 고급 수퍼마켓 체인 알디, 홀 푸즈, 트레이더 조스와 같은 수퍼마켓이 들어서면 인근 주택 가격이 크게 올라 저가 매물 부족 현상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른바 ‘유기농 트렌디’ 수퍼마켓과 주택 가격과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트레이더 조스 인근의 주택 셀러들은 평균 약 51%, 홀 푸즈 인근 셀러는 평균 약 41% 높은 가격에 집을 처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뿐만 아니라 수퍼마켓 개점 뒤 인근 주택 가격은 전국 평균보다 2배나 빠른 속도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고급 수퍼마켓이 문을 열면 인근 주택 가격을 크게 올려놔 기존 저소득 주민은 지역을 떠나고 대신 고소득 주민들로 대체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도 지적됐다.
뉴욕 소재 워버그 리얼티의 수잔 피쉬맨 부동산 에이전트에 따르면 트레이더 조스와 홀 푸즈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가격이 불과 1년 만에 평방피트 당 약 300 달러나 올랐다고 한다. 같은 회사의 스티븐 고틀리에브 에이전트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고급 수퍼마켓 인근에 거주하기 위해 더 높은 주거비를 지출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반대로 부촌 주민들의 수요에 의해 고급 마켓이 개점하고 인근 주택 가격을 더 올려놓는 현상도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우려한 기존 주민들이 고급 수퍼마켓 개점을 반대한 사례도 있다. 2014년 오리건 주 포틀랜드 북동부 지역에서 개점할 계획이었던 트레이더 조스가 임대료 상승과 지역 환경 변화를 우려한 시민 단체 및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개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홀 푸즈 역시 지난 2013년 시카고와 피츠버그 지역에서 개점한 뒤 지역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고 해서 한 도시 정책 전문가로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도시 정책 이론가 필립 클레이는 1979년 젠트리피케이션에는 4 가지 물결이 있는데 이중 첫 번째 물결은 예술가와 같은 독창적인 집단이 특정 지역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레이더 조스와 홀 푸즈와 같은 고급 수퍼마켓의 출현이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중간 정도에 해당돼 중산층 인구 유입을 불러오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고급 수퍼마켓이 지역 변화의 상징처럼 자리 잡아 지역 변화를 이끌기도 한다. 피쉬맨 에이전트에 따르면 조용한 주거지에 불과했던 뉴욕 어퍼 웨스트 지역에 트레이더 조스가 문을 연 뒤 트렌디한 식당과 펫 스파, 햄버거 식당, 스타벅스 등도 잇달아 문을 열었다고 한다. 피쉬맨 에이전트는 “트레이더 조스 개점 뒤 유동 인구가 수천 명 이상 늘었다”라며 “한산했던 주말 거리 풍경이 이제는 트레이더 조스 쇼핑 백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