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박
<한국일보 취재부 부장>
제34대 애틀랜타 한인회장을 뽑는 선거가 3일 선관위가 김윤철 후보에게 당선증을 주고 서둘러 해산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하지만 12만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제법 많고 일각에서는 선거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소리도 들린다.
이번 선거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이들의 주장의 핵심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막무가내식 판단과 경솔한 규정 집행에 초점이 모아진다. 선관위는 엄정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한인회칙에 근거한 선거 시행세칙을 만들어 선거를 준비하고, 등록 후보자간 치열한 정책토론과 경쟁을 통해 한인사회에 비전을 제시할 인물을 교민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선거업무를 한인사회로부터 위임받은 기관이다. 선거가 끝난 후 낙선자가 깨끗하게 승복하는 축제와 화합의 장이 돼야 할 선거판을 만들 책임이 선관위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관위는 출범 직후부터 특정 후보를 위한 선관위라는 비판을 받았다. 선관위는 입후보자의 나이를 80세 이하로 제한했다가 문제가 되자 슬며시 철회했다. 당시는 84세의 한인사회 원로 S씨가 김윤철 후보에 대항할 인물이 없다면 “나라도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강력 피력하던 시기였다.
선관위는 조직구성 직후 가장 먼저 한인회칙에 근거해 선거관리 시행세칙을 작성해 공표해야 한다. 그러나 시행세칙은 후보자에게도, 언론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더구나 선관위가 정했다는 시행세칙이 상위규정인 한인회칙의 성문 조항과배치되는 것이라면 안된다. 선관위는 시행세칙이 한인회칙 보다 우선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워 ‘단독후보 시 임시총회를 열어 찬반투표를 해야한다’는 한인회칙을 생략하고 서둘러 김윤철 후보에게 당선증을 교부했다. 또 선관위는 홍성구 후보가 경선에 참여했다면서 공탁금 전부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홍 후보의 등록이 자격상실로 무효라면 전액을 돌려주는 것이 맞고, 선관위 주장대로 경선에 참여한 것이라면 한인회칙에 의거 절반을 돌려주는 것이 맞다. 이는 한인타운 내 대다수 변호사들의 해석이다.
한인사회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이에 걸맞는 품격있는 선거관리를 바라던 기자의 기대는 무너져 내렸다. 최악의 경우 이번 선거에 대한 법적 소송이 제기된다면 법정에서 한인사회의 명예가 실추될 것이 자명하다. 견강부회의 논리로 큰소리치며 얼렁뚱땅 넘기려는 선관위의 졸속 행정과 뭔가에 쫒기듯 서두른 해산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년 뒤에는 12만 한인들의 참여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선거제도 확립과 선관위 구성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