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은 주방보단 욕실에 우선순위 둬
주택을 자산으로 생각 수리비 비상금 준비
온라인 주택 정보 업체 ‘홈 어드바이저스’(HomeAdvisor’s)가 최근 전국 약 1,500명의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 결과 리모델링 열기가 식긴 했지만 지출 규모는 여전히 지난해보다 약 17%(약 9,000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는 주택 리모델링과 관련, 주택 보유자들에게 잘못 알려진 내용이 꽤 많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홈 어드바이저스가 리모델링과 관련, 대표적인 오해 5가지를 정리했다.
▲ 오래된 집은 수리비가 더 든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병원을 자주 찾듯이 오래된 집을 관리하려면 수리비가 많이 들 것이란 생각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 설문 조사에서 이 같은 생각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은 지 오래된 집이라고 해서 지붕이 새거나 벽난로 오작동과 같은 갑작스러운 수리비 지출이 반드시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다.
설문 조사를 통해 오래된 집의 경우 긴급 수리비 지출이 새집에 비해 오히려 더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지은 지 오래된 집일수록 긴급 수리비 지출이 연간 약 3달러 70센트씩 덜 발생했다. 예를 들어 지은지 100년 된 주택의 경우 새로 지은 집에 비해 긴급 수리비가 연간 약 370달러씩 적게 발생하는 셈이다.
홈 어드바이저스 측은 건축 연도가 오래된 주택일수록 이미 필요한 수리가 실시됐기 때문에 최근 지어진 집보다 긴급 수리비가 적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은지 50년 이상씩 오래된 주택은 새 지붕이나 새 냉난방 시설을 설치한 비율이 높다. 반면 지은지 20년 정도 된 주택은 각종 시설이 수명을 다해 가는 건축 연령이지만 새 시설로 교체하기에는 어중간한 시기로 지은지 오래된 주택에 비해 시설 교체비율이 오히려 낮다.
▲ 리모델링이 가장 많이 실시되는 곳은 주방이다?
‘부엌이 집을 판다’는 말이 있다. 집을 구입하면서 주방에 관심을 갖는 바이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리모델링을 고려하는 주택 소유주들에게 주방 리모델링이 항상 우선순위였다.
그런데 최근 주택 구입자들의 연령대와 구입 추세가 변화하면서 주방 리모델링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홈 어드바이저스의 조사에서 주방 리모델링을 실시했다는 답변 비율은 약 32%로 욕실 리모델링 실시 비율인 약 58%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홈 어드바이저스 측은 실내에 욕실 개수가 많고 사용 빈도가 높다는 것 외에도 새로운 주택 구입 트렌드에 따라 이 같은 변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수년째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한 생애 첫 주택 구입자가 주택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이전 세대 못지않게 자녀 양육에 관심이 높은 밀레니엄 세대에게 최신식 트렌드의 욕실은 일종의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다. 따라서 집을 팔 목적으로 리모델링을 실시할 계획이라면 욕실 리모델링을 고려하는 것이 주택 판매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 밀레니얼은 겉모습만 중시한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 사용 비율이 월등히 높아서 생긴 오해일 수 있다. 하지만 밀레니엄 세대가 집을 대하는 태도는 어느 세대 못지않게 보수적이다. 밀레니엄 세대가 주택 리모델링을 실시할 때 외관만 중시할 것 같지만 외관보다는 주택 가치를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주택 가치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리모델링을 실시한다는 밀레니엄 세대의 비율이 X 세대에 비해 약 2배나 높았다. 할아버지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베이비 부머 세대 및 ‘침묵 세대’(Silent Generation)와 비교할 때는 이 같은 답변 비율이 약 3~4배로 더 높았다.
밀레니엄 세대가 주택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현재 처한 경제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홈 어드바이저스의 설명이다. 주택 구입 연령대에 접어든 밀레니엄 세대는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 주택 가격 급등, 엄격해진 모기지 대출 심사 등 이전 세대보다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하는 세대다.
이 같은 밀레니엄 세대 바이어를 타깃으로 집을 팔 계획이라면 겉만 번지르르한 리모델링보다는 주택 가치를 직접 올려 주는 효과가 있는 창문 교체, 워터 히터 교체, 친환경 가전제품 설치와 같은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 긴급 수리비 적립 가구 비율 낮다?
빠듯한 가계부 사정으로 불황이나 은퇴 대비 비상금 없이 살아가는 가구가 많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주택 수리비 발생을 대비해 비상금을 적립하고 있다는 주택 소유주가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조사에서 약 87%에 해당하는 주택 소유주가 주택 긴급 수리비로 적어도 약 1,000달러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택 수리비 적립 비율이 높은 이유는 주택을 자산 축적 수단으로 보는 주택 소유주가 많기 때문이다. 매달 납부하는 모기지 페이먼트는 일종의 ‘강요된 저축’(Forced Savings)이지만 주택 자산 가치를 축적하는 길이기도 하다. 주택 자산을 올바로 쌓아가려면 평소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주택 수리비를 별도로 준비하는 주택 소유주가 많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 공화당 지지자들의 주택 소유율이 높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는 주택 소유주가 많은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세입자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많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 지지자들의 가족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주택 소유율에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홈 어드바이저스는 추정했다.
조사에서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공화당 지지자 비율은 약 37%로 민주당 지지자 비율인 약 33%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또 양당 지지자가 보유한 주택 가격은 민주당이 평균 약 22만 5,000달러, 공화당은 약 23만 5,000달러로 엇비슷했고 주택 긴급 수리비 적립 비율도 거의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준 최 객원기자>
지은 지 오래된 주택일수록 지붕과 같은 기존 시설 교체 공사 실시 비율이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