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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애틀랜타 문인화 어머니' 백학희 화백

지역뉴스 | 인물·인터뷰 | 2019-07-27 20: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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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화요? 일필휘지로 우리 마음을 그려내죠"

10여년 전부터 애틀랜타서 가르쳐

제자들 한국서도 실력 인정받아

"문인화 접한 뒤 내 인생 늘 행복"

문인화는 전문적인 화가가 아닌 사대부층이 여가를 즐기기 위해 그린 그림으로 먹과 한지 등을 이용해 자신들의 심중을 표현하는 한국적인 문화에서 비롯된 동양화의 한 분야다. 문인화는 대부분 전문화가가 아닌 문인들의 작품이기 때문에 아마추어적인 경향이 강하고, 사물의 외형을 꼼꼼히 표현하기 보다는 마음속을 표현 하는데 중점을 둔다. 이 때문에 이름만 들어보면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미술 분야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문인화를 포함 동양화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와중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문인화를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전파하고 있는 한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미산 백학희(사진) 화백. 백 화백은 10여 년이 넘게 문인화를 가르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백 화백의 제자들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유수의 대회에서 다수 입상해 화제가 됐다. 둘루스 한 카페에서 백 화백을 만났다.

▲처음 문인화를 어떻게 접하게 됐고 또 제자들을 양성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약 10년 정도 취미로 봉석 임환철 선생님에게 문인화를 배웠다. 원래는 교편 생활을 12년간 하다가 은퇴하고 충남으로 이주해 본격적으로 배움에 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18년전 미국으로 와 뷰포드 예술마을인 테너리로우의 외국 화가들 갤러리에 합류해서 3년 가까이 함께 전시회를 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개인전을 한번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 한인분들이 작품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해 왔다. 그렇게 문인화 희망 수강생이 7명 정도 모여 문인화를 가르치게 됐다. 그러다 수강생들이 늘면서 본의 아니게 어느새 문인화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있더라. 또 다른 지역에서도 배우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몽고메리도 한달에 한두번씩 방문해 문인화를 가르치게 되면서 그곳에도 20여명 정도의 제자들을 두게 됐다.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도중 가정사정상 앨라배마로 이주하게 됐는데 이 때 남부 앨라배마에도 문인화 모임이 생겨났다. 지금은 다시 애틀랜타로 돌아와 ‘문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제자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애틀랜타에서는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분들은 한 20명 정도 된다. 지금 모두 따지면 50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이외에도 몽고메리, 남부 앨라배마에서도 각각 20명 정도가 아직 활동하고 있다"

▲문인화는 어떤 매력이 있나?

"문인화는 작가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그림이다. 반추상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만약 매화의 한 가지, 꽃 한송이만 그려도 내 마음이 들어 있으면 충분하다. 또 그림과 글을 함께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옛 조선시대 선비 혹은 선비 자제들은 풍류를 즐기면서 난을 그리고도 그 감정을 쏟아내지 못했다면 글로 시를 써서 한 수 읊는 형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는 해소하고는 했다. 그만큼 그림과 글이 어우러지는 격이 있는 그림이 문인화다. 이민 생활하면서 많이 바쁜 가운데 한국인 정서를, 한국적인 방법으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림 장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문인화를 포함한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는 무엇인가?

"표현법부터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어찌보면 반대되는 경향을 띤다. 동양화는 마음을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에 실제 보이는 형체를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서양화의 장르인 유화와 문인화를 비교하자면 유화의 경우 사진을 보고 몇날 며칠을 그리고 말리고 한다. 하지만 문인화는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린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한번 그으면 두번 이상 긋지 않고 그대로 그린다는 점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또 유화는 멀리 있는 대상부터 그리는데 문인화는 앞에 있는 대상부터 그리기 시작해 뒤로 간다는 것이 다르다. 또 가장 기본적으로는 동양화의 경우 먹, 붓, 한지를 이용한다는 점이 서양화와 다르다"

▲‘문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소개해 달라

"10년 가까이 그림을 함께 해오신 분들의 모임이다. 원래는 묵향회라는 이름으로 도라빌 천주교회에서 4~5년 정도 해마다 전시회를 가졌다. 내가 앨라배마로 이주하고 나서는 애틀랜타에서는 한달에 두번 정도 와서 레슨만 했었는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가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름을 ‘문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정한 후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문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작품집'을 내기도 했다. 지금은 2년에 한번씩 계속 전시회를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열고 있다"

▲문인화를 배우는 외국인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제자 중 예랑 김문숙 씨란 분이 있는데 10살 무렵 미국에 온 한인 2세다. 문인화를 배우던 김 씨는 자신이 사는 마리에타 지역의 도서관을 지나가다 문인화를 외국인들에게도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들었단다. 그래서 도서관 측에 자원봉사로 강의를 진행하겠다고 제안했고, 이 제안이 받아 들여져 한동안 수업을 진행했다. 이후 잠시 쉬다가 이제 다시 강의하기로 하고 도서관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강의를 빨리 다시 진행해 달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자 중의 한 명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멋을 알리고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문인화를 해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문인화를 접하고 나서 내 인생은 항상 행복했다. 사실 나이 들고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문인화를 배우기 시작했던 것인데 본의 아니게 가르치게 되면서 함께 모인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바쁜 이민생활 속에도 한국의 얼을 잊지 않고 문인화를 하면서 각종 대회에서도 입상하는 좋은 결과를 알려왔을 때 가장 큰 보람과 감동을 느낀다. 한국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대한민국대전은 물론 각 시 대회에서도 많은 회원들이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취미로 문인화를 계속 즐길 생각이다. 또 2년마다 한인회관에서 코리안 페스티벌 때 문인화 전시회를 해오고 있다. 내년에도 열 생각이다. 동양화에 관심이 있는 많은 한인분들의 관심을 부탁 드린다. 오랜 시간 문인화를 전수해오다 보니 현재는 실력이 뛰어난 분들이 많이 늘었다. 이제 이 분들이 후학 양성에 나섰으면 한다" 이인락 기자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애틀랜타 문인화 어머니' 백학희 화백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애틀랜타 문인화 어머니' 백학희 화백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애틀랜타 문인화 어머니' 백학희 화백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들>'애틀랜타 문인화 어머니' 백학희 화백

미산 백학희(가운데)화백과 '문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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