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아파트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전문직 종사자들 공동주거 새 추세로
유럽에서 가장 살만한 도시 중 하나로 계속 뽑히는 곳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이다. 그럼에도 스톡홀름은 임대용 주택시장 사정이 대단히 어렵다. 1년 이상 장기 렌트를 원하는 세입자들에게는 특히 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모르간 올레론(32)은 11년 동거한 파트너와 헤어진 후 가장 큰 문제가 거처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때 직장 동료의 권유로 들어간 곳이 K9 하우스이다. 스톡홀름 중심부에 위치한 K9은 과거 호텔이었지만 지금은 50명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공유 주택이다. 건물 이름은 거리 주소에서 따온 것이다.
“내게 맞을 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살아보니 꽤 괜찮더군요.”
모르간의 49명 룸메이트들의 나이는 21살부터 54살까지이고 직업은 의사, 변호사, 직업 무용수, 교사 등 다양하다.
스웨덴은 전체 가구 중 52%가 1인 가구인 나라이다. 유럽에서 관련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런 나라에서 모르간과 그의 룸메이트들은 일종의 새로운 움직임의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전문직 종사자들이 스웨덴 등지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스톡홀름 인근의 오스테르말름 지역, 대사관들과 부틱들 사이에 자리잡은 K9 하우스는 실내장식이 아름답고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추고 있다. 주방이 5개이고, 공동 사무실이 여러 개이며, 거실과 독서실들, 명상을 위한 방이 하나 그리고 공동의 애완견이 한 마리 있다.
“우리 도시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공동주거 뿐”이라고 애나 코니그 제를미르 시장은 말한다.
호텔로 쓰인 건물인 만큼 K9은 부드럽게 휘어진 대리석 계단에 목조 엘리베이터 등 화려한 한편 건축 구조가 공동 주택으로 쓸모가 많다. 방은 모두 30개로 각각의 화장실이 딸려있다. 방은 룸메이트들이 함께 쓰는 방도 있고, 침대 정도 넓이로 여러 개로 나누어진 방도 있다.
4개 층 각 층마다 널찍한 주방이 있으며, 4개 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두 개 있다. 집 전체 면적은 거의 1만2,000 평방피트에 달한다.
이 집의 핵심 매력은 공동 구역들. 공유 공간들이 워낙 넉넉해서 룸메이트들 간 어울려 친목을 도모하는 곳으로도 쓰이고 때로는 호젓하게 고독을 즐기는 곳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주택공유의 가장 큰 장점은 공동체 속에서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 사람들이 많으니 하다못해 월요일 밤에 같이 영화를 보러 갈 사람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안성맞춤인 스웨터를 기꺼이 빌려줄 사람을 찾기도 물론 쉽다. 이 집에는 사실 공동 옷장이 있다.
많은 입주자들은 외로울 수 있는 대 도시의 삶에서 긴밀하고 활기 넘치는 공동체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스웨덴의 어두운 겨울에 대해서 내게 물어옵니다. 하지만 나는 항상 말하지요. 겨울의 어둠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다고 - 일하고 그리고 나면 이 집으로 돌아오거든요.”
31세의 이탈리아 출신의 유행병학자인 마리사 리온은 K9에서 산 지 1년이 넘었다.
집세는 6인 1실(이 집에 하나뿐이다)의 벙크 베드 하나 쓰는데 대략 650달러에서부터 시작해 가장 비싼 방값은 1,600달러 정도이다. 가격은 시정부 렌트 콘트롤을 받는 아파트에 비하면 엄청 비싸고, 그 보다 많이 비싼 서브리즈 집세와 얼추 비슷하다.
집세에는 215달러 정도의 서비스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돈으로 집 청소비, 세탁비누 등 기본 생활용품비 그리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설탕 값을 충당한다.
스톡홀름이 주택 부족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써온 지는 수 십년이 되었다고 도시 개발을 담당하는 스톡홀름 미화위원회의 헨리크 네르룬트 디렉터는 말한다. 현재의 주택 부족은 도시 주민들이 교외로 대거 이주한 60년대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후 수십년 동안 이 도시는 건축을 중단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렌트 콘트롤과 관련한 스웨덴의 법들이다.
렌트비가 시세보다 아래로 묶여있기 때문에 본래 리스 계약을 한 세입자들 중 많은 수는 리스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사를 해야 할 때도 아파트를 그냥 비워두거나 서브리스를 한다. 이 경우 리스는 대부분 1년 제한이다.
시 당국은 지난 1997년 대기자 명단을 도입했는데, 인구 100만이 못 되는 이 도시에 현재 아파트 입주 대기자 명단에 오른 이름은 65만에 달한다. 어느 지역에서 집을 찾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3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된다.
스톡홀름 시가 임대 부동산 부족으로 감수하는 지역 총생산 손실은 연간 1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스톡홀름 상공회의소가 주도한 한 연구보고서는 말한다. 주택 문제 때문에 스톡홀름으로 오려다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 지난 1995년 이래 15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스톡홀름은 현재 부지런히 건축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현재 로얄 시포트 지역에서 1만2,000개 아파트를 짓고 있고 오는 2030년 완공 예정이다) 주택 부족이 삶의 거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코니그 제를미르 시장은 말한다.
결국 해법은 공동 주거 혹은 주택 공유뿐이라는 것이다. 공동 주거용 주택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한 기업인 콜리브(Colive)는 11명이 공동으로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아파트를 건축해 오는 5월 입주자를 받을 예정이다. 이 기업은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공동 거주 주택들을 대거 건축할 계획이다.
과거 호텔이었던 건물을 공동주택으로 변경한 K9 하우스의 한 공유 공간. 여러 거실 중 하나인 이곳은 입주자들의 공동 작업 공간으로 쓰인다. <Linus Sundahl-Djerf - 뉴욕타임스>
스톨홀름의 공유 주택인 K9의 한 침실. 잠만 잘 수 있도록 작은 공간들로 구획 지어져 여러 사람이 한 방을 사용한다. <Linus Sundahl-Djerf - 뉴욕타임스>
K9 하우스는 이전에 호텔이었던 만큼 냉장고가 많다. 냉장고가 넉넉하니 입주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불필요한 마찰도 사전에 예방된다.
한갓지게 홀로 앉아 명상에 몰입한 입주자. K9에는 명상실 등 다양한 공유 공간이 있다. <Linus Sundahl-Djerf -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