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상처가 만나 치유되는 과정 담아"
그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브라운과 스크린에서 다양한 연기 변신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가 이번에는 드닷없이 영화감독이 돼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를 들고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감독으로서 자신의 데뷔작품 '폴란드로 간 아이들'을 들고 이번 주 애틀랜타를 찾은
'영화감독' 추상미(사진)가 바로 그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1951년 폴란드로 보내진 한국전쟁 고아 1,500명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추 감독과 탈북소녀 이송의 동행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에모리 대학교에서 매년 개최되는 ‘한국 주간(Korea Week) 행사’의 일환으로 26일 열린 영화 상영회에서 영화제작사 보아스 필름 대표이기도 한 추 감독을 만나 영화를 통한 치유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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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고아 상처에 공감하는
폴란드 교사들 모습이 제작 계기
여행 동반 '송이' 마음 닫혀 갈등도
현재 같은 소재 극영화 준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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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곳으로 흩어진 10만 전쟁 고아들 중 왜 폴란드인가?
"내 첫 작품인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영화다. 2014년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겪었는데 이때는 아이들에 관련된 어떤 프로그램을 봐도 눈물이 흘렀다. 그러다가 우연히 북한 꽃제비들에 대한 영상물을 보게 됐다. 저 아이들의 부모님은 어디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폴란드로 보내져 거기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김귀덕 씨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됐고 이를 극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현재 제작 중인 영화가 ‘그루터기(가제)’다. 그런데 각본을 쓰게 되면서 문득 그 영상에서 타인종 아이들을 자신의 자식과 같이 키웠던 프와코비체 양육원 교사들이 다시 북송된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생각났다. 갑자기 어떻게 인종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다른 사람들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보내진 고아들의 상처를 공감하고 보듬어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그루터기’의 배우로 뽑힌 연기자들 중 송이(이송)와 함께 폴란드 여정을 떠나면서 ‘폴란드로 간 아이들’도 제작하게 됐다"
▲긴 여정이었는데 힘든 점이 있었다면?
"무엇보다 송이의 마음을 여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영화를 통해 김귀덕 씨와 함께 폴란드로 보내졌던 1,500명의 아이들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동시에 탈북한 송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서로 공감하는 시간을 갖길 바랬다. 그래서 폴란드 여행을 하면서 송이에게 여러 질문들을 했는데 좀처럼 송이는 마음을 안 열었다. 그러다 결국 촬영 자체가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서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연출에게 송이의 마음을 좀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알고보니 송이는 내가 자신의 탈북 이야기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속셈이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온 내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고 알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솔직히 북한에 대해 지금처럼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 마음이 시렸다. 나중에 송이를 달래 함께 프와코비체 양육원 교사들을 만났는데 그 교사분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송이를 보고 매우 반가워하며 꼭 끌어 안아주시더라. 송이는 그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나서 송이는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지금의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다. 지금은 누구보다 친하다"
▲극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는?
폴란드로 보내졌던 이 아이들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아이들이었다. 폴란드도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겪은 국가다. 폴란드의 교사들은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가진 아이들을 보듬어줬고, 아이들은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가진 교사들에게 마음을 열면서 치유됐다. 상처와 상처가 만나면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남북은 모두 한국전쟁, 분단된 국가라는 공통된 상처를 갖고 있다. 이런 상처를 서로 공감하고 함께 치유할 날이 올 수 있길 바란다"
▲남북 관계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최근에는 정체 상태에 있는데...
"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한다. 서로 합의점을 찾고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언젠가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은 서로 교류하며 공통 분모를 찾고 교집합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 계속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회담이 그 노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오랜 시간 서로간의 공백을 메우는데 문화예술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다음 작품인 ‘그루터기’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앞서 언급됐던 폴란드로 보내진 1,500명의 아이들에 대한 극영화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이번 영화와는 다르게 ‘김귀덕’이라는 주인공을 소재로 그때 당시의 감동 스토리를 재연해 낼 예정이다. 시나리오 제작에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투자가 들어오면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크랭크인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인락 기자
배우 출신 신예 감독 추상미와 행사 관계자들 및 관객들이 영화를 시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