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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쉬쉬’병 키우는 라티노 문화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3-26 09:09:02

정신질환,라티노문화,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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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처럼 가족의 가치 중시

정신병 인정 안해 치료 기피

환자들 침묵 속 홀로 고통

“사내는 울지 않는다”“집안일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담대 하라”“주님만 의지하라” 라티노 커뮤니티에서는 정신건강과 관련한 중대사가 발생했을 때 흔히 이런 반응을 보인다. 웬만하면 주변사람들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채 그대로 넘어가려 든다.  정신병 치료를 받으러 가거나 정신진환을 시인하는 것을 자신의 약함을 보여주는 신호거나 스스로 미치광이임을 자인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정신병을 앓는 라티노의 수는 백인들과 비슷하지만 정작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수는 백인의 절반수준에 그친다. 정신병을 감추고 넘어가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데다가 백인들에 비해 정신건강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고, 의료보험의 질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LA의 샌퍼난도 밸리에서 정신과 치료사(therapist)로 개업했을 당시 아드리아나 알레한드레는 자신의 환자들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라티노들의 생활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이용 가능한 관련 정보를 취합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환자들에게 적절하고, 현대적이며, 전문적 의학용어를 배제한 채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정신병과 정신치료 관련 자료를 접하기 힘들었다.  

실망한 그녀는 지난해 정신 치료사들을 “믿을 만한” 존재로 여기게끔 라티노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파드캐스트를 시작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추가 정보를 스페인어로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힘을 얻은 알레한드레는 곧 파드캐스트 방송분을 영어와 스페인어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라팅스 떼라피(Latinx Therapy)는 이제 라티노 커뮤니티에 접근 가능한 치료사들의 명단과 우울증, 식이장애와 기타 흔한 정신병에 대한 무료 검사를 제공하는 온전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직도 그녀는 강연회에서 “나는 미치지 않았다”거나 “그런 정보는 우리와 우리 가족을 위한게 아니다. 우리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알레한드레는 라티노 커뮤니티가 아시안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개인보다 그룹에 가치를 부여하는 집산주의적 경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때로는 그룹을 위해 개인적 손실까지 불사한다.  

다시 말해 가족 가운데 누군가 정신치료나 정신건강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기 꺼려할 경우 당사자의 의사를 꺾기란 대단히 어렵다. 환자들은 침묵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홀로 고통을 견딘다.   

정신건강 운동가인 디오르 바르가스(31)도 그런 환자들 가운데 한명이었다. 불안증감가 우울증 초기단계였던 그녀는 “가족들에게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면서 급기야 그녀는 18세 되던 해에 자살을 시도했고, 그것이 가족 모두를 정신적 외상을 초래할 끔찍한 경험으로 내몰았다. 바르가스는 “아무것도 몰랐던 가족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바르가스가 자신의 경험을 애써 정당화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에콰도르에서 가족들이 얼마나 빈한한 생활을 했는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 성장했다. 온 가족을 이끌고 미국으로 건너온 그녀의 할아버지는 초등학교 3년이 학력의 전부였다.  

바르가스는 할아버지가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입 밖에 내지 않고 혼자 다스렸던 숫한 문제들에 관해 전해 들었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의 반응은 당연히 “내가 뭐라고 그까짓 우울한 느낌까지 가족에게 얘기해야 하나”였다. 

그러나 세대간 트라우마는 라티노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요한 이유라고 알레한드레는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것이 우울증이건 불안증이건, 아니면 가정폭력이건 침묵의 주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식구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일반 치료와 비교해 설명해줄 것을 권한다. 예컨대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할 때 기침약을 먹으면 나아지는 것처럼 마음이 병들면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식이다. 

이때 정신 치료가 단지 위기의 순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알레헨드레는 “정신치료란 그것이 소통이건, 자기이해거나 자신의 경계선 설정이건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다루는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정신 치료를 받는다는 얘기를 오랫동안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 채 나만의 영역에 묶어놓는다. 나의 경계선을 설정해 정신병을 개인의 문제로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다른 사람의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없고, 그 문제로 질문을 받을 필요도 없다. 

반면 바르가스의 접근법은 지극히 일반적인 사실들을 공유해 가족 구성원들이 일체감을 느끼도록 만들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하지는 않는 방식이다. 왜냐하면 나와 치료사 사이의 시간은 나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알레한드레는 이렇게 말한다: “경계선 설정처럼 문제에 대응하는 건강한 행동을 가족들이 감사할 줄 모르는 행동으로 받아들일 때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게다가 정신 치료에 대한 조기 대화는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커뮤니티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 씨앗은 이해로 자라난다.

정신질환‘쉬쉬’병 키우는 라티노 문화
정신질환‘쉬쉬’병 키우는 라티노 문화

워싱턴주 법원 청사 앞에 정신 건강 및 자살 방지 상담 핫라인을 알리는 표지판과 설치물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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