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딩전쟁’이미 자취 감춰
셀러, 값 내릴 의향 없고
바이어, 리스팅 가격‘노’
서로 눈치보기에 한창
매물에 2명 이상 오퍼
1년새 53% → 13%로 급감
봄 시즌을 앞두고 미국 주택시장이 셀러 마켓에서 바이어 마켓으로 서서히 전환하면서 주택매매를 둘러싼 바이어-셀러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만 해도 원하는 집을 사기위해 여러 바이어가 경쟁적으로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서 셀러에게 제출하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으나 이제 이 같은 ‘비딩 전쟁’(bidding wars)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인 밀집거주지역인 남가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매물 부족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간혹 괜찮은 매물이 나와도 셀러측은 가격을 내려서 집을 팔 의향이 없으며, 바이어들도 리스팅 가격을 그대로 지불하고 선뜻 주택을 구입하기를 꺼려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바이어-셀러 간에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이상규 뉴스타부동산 명예부회장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셀러 마켓에서 바이어 마켓으로 전환하는 ‘과도기’(transition period)인 것만은 확실하다”며 “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주택가격이 비싸다보니 바이어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주택시장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셸 원 비 부동산 부사장은 “좋은 매물이 나오면 여러 바이어가 달려들어 비딩 경쟁을 벌이는 광경은 사려졌다고 봐도 좋다”며 “주택가격이 피크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도 지난주 현재 4.41%로 낮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어 아직 셀러도 집을 팔기 좋은 시기, 바이어도 집을 사기 좋은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카니 정 레드포인트 부동산 부사장은 “지금 한인 밀집지에서 나오는 매물들은 아직 뚜렷한 가격 하향세를 경험하지 못하는 셀러들로 인해 리스팅 가격은 여전히 높지만, 조금 낮은 가격의 바이어 오퍼에도 셀러들이 카운터 오퍼를 보내면서 협조하는 상황”이라며 “이미 본인 집을 매매하면서 충분한 이익을 거두기 때문에 셀러들은 처음 집을 사는 바이어에게 관대한 편”이라고 전했다.
미국 전체적으로 볼 때 지난 1월 시장에 나온 매물 중 두명 이상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한 매물은 13%에 불과하다고 부동산 리서치 전문업체 ‘레드핀’은 전했다. 1년 전의 53%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한때 미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장인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지난 1년간 두명 이상의 바이어가 오퍼를 써낸 매물이 82%에서 18%로 급락했다. 시애틀의 경우 같은기간 두명 이상이 경쟁을 벌인 매물은 53%에서 14%로 수직 하락했다.
워싱턴주 벨뷰의 ‘콜드웰 뱅커’ 부동산 존센 카메론 부사장은 “그동안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미국 내 일부 지역의 주택소유주들은 더 이상은 그같은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집을 팔 의향이 있으면 리스팅 가격을 현실적으로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현 주택시장이 과도기라 바이어, 셀러 어느 한쪽도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는 않다며 주택구입을 원하는 바이어들은 ▲셀러에게 더 빠른 홈 인스펙션과 주택감정을 약속하고 ▲다운페이먼트 자금이 은행에 임급되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셀러에게 왜 그 집을 사고싶은지 설명하는 레터를 보낼 것을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셀러 입장에서는 ▲올해는 주택판매와 관련,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현실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홈 인스펙션을 받고 필요한 내부수리작업을 마친 뒤 집을 매물로 내놓고 ▲경제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내부시설을 업그레이드 해 집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것 등을 권했다. <구성훈 기자>
미국 주택시장이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바이어-셀러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