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37년만에 추방 '아담 크랩서'
한국정부·입양기관 상대 손배소송
"무책임한 해외입양"... 2억원 소송
미국에 입양된 후 양부모 가정 두 곳으로부터 버림받은 탓에 2016년 37년 만에 한국으로 강제 추방됐던 한인 입양출신자가 한국 정부와 입양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3살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던 아담 크랩서(41·신성혁)씨는 24일 “수 천 명의 한국 아동들이 그들의 미래에 대한 염려는 뒤로 한 채 미국 등 다른 국가들로 보내지는 입양 방식은 중대한 과실”이라며 한국 정부와 민간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2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입양인으로서 한국정부와 입양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크랩서씨가 처음이다.
이번 소장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들이 크랩서씨가 입양된 1979년을 포함해 1970~80년대에 입양을 쉽게 하기 위해 입양아들의 당시 상태를 암묵적으로 관련 기록을 허위로 조작했다. 단순히 길을 잃거나 일시적으로 부모와 헤어진 상태였음에도 미국으로 손쉽게 입양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입양 기관은 친부모에 버림을 당했다고 사실을 왜곡해 기록했다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전쟁 직후부터 2013년까지 입양아동의 시민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IR-4’비자로 해외 입양을 보냈고, 상당수의 미국 입양 부모들은 자신들의 의무인 입양 아동의 시민권 취득 과정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으로 입양된 1만 8,600여명의 한인 입양아들의 국적 취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추방돼 한국에서 살고 있는 입양아들도 크렙서씨를 포함해 5명이나 된다.이들은 정신건강이 악화돼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실제 2017년 추방당한 필립 클레이씨는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크랩서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원고는 대한민국과 홀트아동복지회에 대한 책임을 사법적으로 확인받아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의 의의를 밝혔다.
이에 대해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당시의 법과 절차를 따랐으며 입양아들이 시민권을 획득하도록 하는 것은 주로 미국 부모와 기관의 책임”이라고 해명했다. 한국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한국정부는 입양아에 대한 복지를 개선하고 있으며, 입양아들의 추방을 막을 수 있는 미국의 법적 변화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79년 미시건에 사는 미국인 양부모에게 입양된 크랩서씨는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다가 1985년 파양됐고, 이후 크랩서 부부에게 다시 입양됐지만, 다시 학대를 받았고 결국 16세 때 쫓겨났다. 특히 두 번째 양부모는 크랩서씨에 대한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았고, 영주권자 신분이던 크랩서씨는 노숙 생활 기간에 저지른 경범죄 등으로 인해 추방대상이 됐다. 당시 이민옹호단체들이 구제운동을 벌였으나 결국 크랩서씨는 2016년 11월 베트남계 아내와 세 자녀를 미국에 두고 홀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금홍기 기자>
미국에서 강제 추방되기 전 단란했던 아담 크랩서씨 가족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