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운동은 현대판 '오병이어' 기적"
"봉사는 굶주림 해결부터"
남·북병사들 밥 한끼 같이
'밥 피스 메이커'운동 전개
1980년대 독일유학을 준비하던 한 청년은 청량리 역에 굶주려 쓰려져 있는 한 함경도 노숙인 할아버지를 발견한다. 그는 다른 평범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노숙인을 무시하고 자신의 목적지행 열차에 올랐다. 이후 청량리역에 돌아온 이 청년은 같은 장소에 쓰러져 있는 노숙인을 발견한 뒤 진심으로 참회하고 라면을 끓여주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자고 마음 먹는다.
어느새 60대가 된 이 청년, 최일도 목사는 청량리역에서 1988년 라면 나눔을 시작으로 밥상공동체인 다일공동체를 설립해 무상급식 '밥퍼나눔 운동'을 펼쳐나갔다.
지난달 29일 미주다일공동체 봉사대상 시상식 참여를 위해 애틀랜타를 방문한 최 목사는 "다일공동체의 주사역인 밥퍼는 기독교 NGO가 하는 나눔의 현장이 아니라 시대적인 나눔의 아이콘이 됐다"며 "2017년 5월까지 밥퍼에 다녀간 사람만 1천만명이 넘었다. 종교와 교파에 관계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마음이 모여 이뤄진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 30주년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현재 밥퍼나눔운동은 20%가 기독교인 그리고 나머지 80%가 비기독교인 자원봉사자로 이뤄져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최 목사의 설명이다.
다일공동체는 이제 한국뿐만이 아니라 10개 나라에 17개 분원이 설치돼 빈곤층들을 대상으로 한 사역들을 전세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애틀랜타의 미주다일공동체도 그 중의 한 곳이다.
최 목사는 "모든 봉사의 시작은 굶주림의 해결로부터 시작한다. 밥심으로 다시 일어서게 하고,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꿈퍼)하며, 의료문제(헬퍼)를 해결해 궁극적으로는 모든 이들이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내년에는 봉사활동의 영역을 넓혀 중남미 분원을 설립한다. 예정 설립 지역으로는 온두라스와 과테말라가 꼽혔다. 이 중남미 분원은 현재 탄자니아 공동체 대표를 맡고 있는 박종원 목사가 맡게된다. 박 목사는 수년전까지 미주다일공동체 대표로 우리에게도 낯이 익다.
이밖에도 다일공동체는 남북간의 화해와 통합을 위한 '밥피스메이커' 활동을 4년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최근 최 목사는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미국대사의 91세 축하연에 참석해 '밥피스메이커' 운동 협조를 요청했다. "내년부터 8.15광복절마다 남북한 정상만이 아니라 병사들도 같이 밥을 한끼하며 남북 평화통일을 위해 기존의 밥피스메이커 운동을 확대해 진행하고자 하니 이에 힘을 보태달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다일공동체라는 이름은 다양성 안에 일치하는 공동체가 되자는 뜻에서 지어졌다. 이 이름을 지은 최 목사 또한 언제나 일치와 통합을 꿈꾸고 있다. 그는 "남과 북, 빈과 부, 보수와 진보, 종교와 종파, 이제는 남과여라는 성별 차이 등으로 선을 긋고, 갈등을 빚으며, 서로 분열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며 "모든 집단 이기주의 갈등이 첨예하게 얽히고 있는 지금이 깨어있는 시민들이 나서 화해와 일치 운동을 해야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한편 다일공동체는 30주년을 맞아 청량리 밥퍼 건물 재건축을 위한 후원모금을 실시하고 있다. 나눔의 상징이 되고 있는 현 청량리 밥퍼 건물은 2010년 건축된 임시 가건물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고 낙후됐기 때문에 이를 재건축해 종합복지관으로 쓰고자 한다는 것이다. 건축 총 예산은 30억원으로 지난달 1일부터 모금활동이 시작돼 현재 약 3억원가량의 기금이 마련됐다. 후원을 위해서는 미주다일공동체에 문의하면 된다. 이인락 기자
28일 열린 제임스 레이니 대사 생일 축하연에 참석한 최일도 목사가 '오병이어'의 의미가 담긴 조각품을 전달하며 '밥피스메이커'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