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다. 실로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자동차 여행을 하며 그동안 못 나눈 정을 오순도순 나누는 것이야말로 떠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행복일 것이다. 특히 차창에 기대어 음악과 함께 탁 트인 프리웨이를 달리는 기분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지난 주에 이어 캐년 시리즈 마지막회로 모뉴먼트 밸리를 가본다.
시간이 창조해낸 예술품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듯
나바호 인디언의 역사 담겨
더욱 숭고한 감동 느껴져
수천만 년에 걸친 풍화작용으로 인해 이루어진 거대한 암석 기둥과 절벽, 물 한 방울 없는 뜨거운 사막과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는 유타주 남동부와 애리조나주 북동부에 걸쳐 콜로라도 고원지역에 넓게 펼쳐져 있다.
브라이스 캐년과 같은 화려함이나 디테일한 아름다움은 없지만 광대하게 펼쳐진 붉은 빛의 사암인 메사(mesa)와, 메사가 침식돼 거대한 언덕을 형성한 뷰트(butte)가 대평원 위에 늘어서 있는 모습은 웅장하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모뉴먼트 밸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백인과 싸움에서 패해 쫓겨 다닌 나바호(Navajo)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모뉴먼트 밸리는 나바호 인디언들의 숭고한 성지이기도 한데, 1958년 나바호족 자치 정부가 나바호 부족의 공원으로 지정하여 일반 관광객이 자유로이 방문할 수 있게 되면서 원주민들의 문화와 삶을 직접 엿볼 수도 있게 됐다.
특히 숱한 서부영화의 명작들이 바로 이곳을 무대로 촬영됐다. 그중에서도 ‘역마차’는 대표적인 영화다. 존 웨인의 중후한 숨결이 되살아날 것 같은 거칠고도 웅혼한 모뉴먼트 밸리. 5천만 년 전 단단한 사암으로 이루어진 고원이 바람과 물에 의한 침식 작용으로 현재의 위대한 작품을 형상해냈다. 시간은 언제나 위대한 예술가였다. 깎이고 살아남으며 바위들은 저마다의 생존방식으로 자연의 창조물을 만들어냈다.
지평선을 따라 모뉴먼트 밸리에 들어서면 304미터 높이의 황량한 절벽이 나타나고 하늘을 찌를 듯 솟은 토템 기둥들이 신비한 세계로 이끈다. 영겁의 시간들이 그 바위와 절벽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그 기이한 형상들에 빠지다 보면 여기가 인간 세계인지 외계의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건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문득 서녘 하늘을 보면 속진의 영혼은 그 깊은 붉은 노을빛에 씻겨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마법을 거는 장소가 있어서, 당신을 땅에 뿌리내린 듯 꼼짝 못하게 한다면, 이곳이 바로 그곳이다.” 그 위대한 자연의 민낯을 묘사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글은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다.
포 스테이트 코너스
모뉴먼트 밸리에서 동쪽으로 약 60마일가량 운전하면 유타와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4개 주가 만나는 지점 ‘포 스테이트 코너’(Four States Corners)에 도착한다.
미국 내 유일하게 4개 주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곳이다. 이곳에 서서 한 쪽 발은 유타주에 다른 쪽 발은 콜로라도에, 양쪽 팔은 각각 뉴멕시코와 애리조나로 뻗은 채 이색 사진을 찍으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 자세한 내용
•모뉴먼트 밸리: http://navajonationparks.org/htm/monumentvalley.htm
•포 스테이트 코너스: http://www.utah.com/playgrounds/four_corners.htm
•나바호 국립공원: http://navajonationparks.org/htm/fourcorners.htm
모뉴먼트 밸리에 들어서면 그 기이한 형상들 여기가 인간 세계인지 외계의 어느 행성에 불시착한 건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사진-유타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