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화요칼럼〉 소중한 시간을 살다

지역뉴스 | | 2018-10-09 18:18:30

화요칼럼,장승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화요칼럼> 소중한 시간을 살다
<화요칼럼> 소중한 시간을 살다

장승순<조지아텍 재료공학과 교수>

매년 그렇지만 2018년에도 마찬가지다. 바로 엊그제 새해에 접어든 것 같은데 불과 석 달이 채 남지 않았으니 유수와 같이 흐르는 세월이라지만 점점 빨라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동시에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지내왔는지 돌이켜 보며 기뻤던 일들과 아쉬웠던 일들, 특히 후회되는 일들은 무엇인지 곰곰히 곱씹게 된다. 또한 가정과 직장, 그리고 자신이 속한 많은 인간 관계들 가운데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에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좋은 선택은 무엇이고 뻔한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늘 바쁘게 일분 일초를 아끼며 살아가는 삶,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와 같이 반복되는 듯한 일상을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자문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 가운데 내 자신이 잘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면할 때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고, 그 기억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비추어 주는 삶의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필자의 마음 속에 새겨진 기억은 30대 초반에 보내었던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필자는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박사후과정 연구원으로 연구를 하고 있었고, 더디게 진행되는 연구, 불확실한 미래의 진로에 대한 여러 가지 복잡한 고민으로 머리가 꽉 차있었다. 특히 네 가족 먹고 살기에 빠듯한 살림살이와 궁색한 주머니 사정에 늘 시달렸고,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예쁘다 귀엽다 느끼지 못하는 여유 없는 마음 가짐의 가장이었다.

여름의 평범한 주말이었을까? 무슨 이유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일로 운전을 해서 LA의 한인 타운을 지나고 있었고, 신호등에 걸려서 잠시 길 위에 멈추어 주변을 생각 없이 둘러보고 있었다. 그 때 인도 위로 한 히스패닉 남성이 네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주말을 맞아 아빠와 아들이 공원에라도 놀러 나온 것이었을까. 한눈에도 행색이 나보다 훨씬 못해 보였던 그들. 나는 그래도 중고 자동차라도 끌며 그 길을 가고 있었지만 그들에게선 차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남루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 깊이 들어온 것은 그들의 남루한 옷차림도, 언제 감았는지 모를 떡진 머리도 아닌, 손에 롤리 팝 캔디를 들고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듯 활짝 웃으며 서로 바라보던 그 부자의 표정이었다. 하얀 이를 보이며 밝게 웃으며 무엇인가를 재잘거리며 걷는 아빠와 아들... 나는 그들의 모습에 시선이 고정되어 걸어가는 모습을 내내 보게 되었고,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 즈음해서 내 눈에서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근심 걱정을 좋아서 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는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은 채,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근심 걱정 가운데 그저 보내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고단한 일들로 가득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에게 허락된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감사하게 살아왔다면, 그리고 그 고단함이 더할수록 더욱 더 그리하려 노력하며 살아왔다면, 어느 새 스쳐 지나가는 듯한 2018년 한 해도 소중한 시간으로 잘 살아온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귀넷 유권자, 예비선거서 무슨 투표 하나
귀넷 유권자, 예비선거서 무슨 투표 하나

민주·공화·무당파 중 선택해야의원 및 카운티 공직자 선거홈스테드 익젬션·멀베리시도 귀넷카운티 유권자들은 5월 21일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채워야 할 공직, 선출할 후보자, 결정

중고 전기차 구매 지금이 적기
중고 전기차 구매 지금이 적기

최근까지만 해도‘값싼’ 전기차란 말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은 6만6,000달러로 동급 개솔린 차량보다 약 1만8,000달러나 비싸

미 자동차 시장 ‘지각 변동’… 순위경쟁 치열
미 자동차 시장 ‘지각 변동’… 순위경쟁 치열

현대차그룹, 3위로 부상1,2위 GM·도요타에 도전제네시스 판매증대 기여라인업 다양·세분화 필요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올해 1분기 미국시장 판매실적을 마감한 가운데 치열한

DACA 수혜자 오바마케어 가입 확대
DACA 수혜자 오바마케어 가입 확대

바이든 행정부 가입 허용 조치 발표뉴욕 등 일부 지역서 미 전역으로2024~2025년 공개 가입기간부터 적용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수혜자들도 오바마케어 건강보험 혜택을

제프 던컨 전 부주지사, “난 바이든 찍겠다”
제프 던컨 전 부주지사, “난 바이든 찍겠다”

다른 공화당원들도 따라주길트럼프는 행동·성격 미자격자 공화당 소속으로 조지아 부주지사를 역임한 제프 던컨이 AJC에 자신의 글을 기고하고 “평생 공화원임에도 불구하고 11월 대선에

시민권 취득 돕는 단체에 보조금
시민권 취득 돕는 단체에 보조금

USCIS 프로그램 발표최대 40개 단체 선정연간 15~30만불 지원 연방 이민서비스국이 시민권 취득 및 교육 지원 단체들을 선정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사진은 LA 컨벤션센터에서

“나보다 돈 많겠지만.. “ 전현무, BTS·세븐틴 만나 밥값 계산(사당귀)
“나보다 돈 많겠지만.. “ 전현무, BTS·세븐틴 만나 밥값 계산(사당귀)

사진=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전현무가 미담을 셀프 공개했다.5일(한국시간) 방송된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사당귀'

소속사 시끄러워도 잘 나가는 뉴진스…유튜브 주간 차트 1위
소속사 시끄러워도 잘 나가는 뉴진스…유튜브 주간 차트 1위

걸그룹 뉴진스/어도어 제공걸그룹 뉴진스의 신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각종 주간 차트에서 정상에 올랐다고 소속사 어도어가 6일 밝혔다.‘버블 검’ 뮤

에모리대 졸업식 개스사우스로 옮겨 열린다
에모리대 졸업식 개스사우스로 옮겨 열린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로 전격 장소변경5월 13일 오전 8시30분 개스사우스 에모리대학교는 캠퍼스에서 일주일 이상 진행된 친팔레스타인 시위 여파로 13일 열릴 예정인 졸업식을 둘루스의

애틀랜타, 선댄스 영화제 후보지 물망
애틀랜타, 선댄스 영화제 후보지 물망

'남부의 할리우드' 애틀랜타 개최 검토선정 시 2025년 1월 영화제 개최 미 전국 최대의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가 사상 최초로 타주 상영을 결정하면서 애틀랜타가 강력한 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