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경찰이었습니다.” “신고를 하면 곤경에 처해질 것이라고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브렛 캐버너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성폭행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SVA)에 재학 중인 한인 대학생들이 제안한 성폭력 고발 캠페인 ‘내가 신고하지 못한 이유’(Why I didn't Report)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SVA 재학 중인 송하정씨와 윤보욱씨는 28일 ‘성폭력을 당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 이유를 써달라’며 ‘WhyIdidntReport’라고 적힌 포스터 1,000여 장을 뉴욕시 지하철 플랫폼과 공공화장실 벽면, 가로수 등에 부착했다.
송씨와 윤씨는 “캐버너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성폭행 의혹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게시한 트위터를 보면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다”며 “아직 성폭력 피해사실을 밝히자 않은 피해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캠페인을 전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맨하탄 유니언스퀘어에서 대형 포스트 보드를 세워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한 이유를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송씨는 “피해자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단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고, 지지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단순히 성폭력 피해 사실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분노를 나누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이들이 부착한 포스터에 각자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한 사연을 적은 뒤 소셜네트웍서비스에 사진을 찍어 게시한 뒤 공유하고 있다. ‘WhyIdidntReport’ 포스터를 본 피해자들은 ‘나이가 너무 어렸었다’, ‘가해자가 친인척이었다’ 등 그동안 말하지 못한 피해 사실을 적어 다른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대표적인 소셜네트웍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에는 현재 10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조진우 기자>
한인 대학생들이 진행 중인 성폭력 고발 캠페인 ‘WhyIdidntReport’를 통해 과거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백 한 피해자들.<사진출처=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