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하는 청력검사
단일 주파수 40dB 소리만 이용
난청 비율 0.47%에 불과
정확한 진단 어려워
셀폰 볼륨 높여 음악 듣기
2시간 이상 땐 위험
#고등학교 2학년 이모 양은 귀가 답답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며칠 전 학교 건강검진 청력검사에서 정상으로 판정을 받아 별다른 이상은 없을 것으로 여겼는데 검사결과는 심각한 난청이었다. 4,000Hz의 주파수 영역대에서 청력이 크게 줄어 난청이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담당 이비인후과 의사는 “학교 건강검진에서는 여러 주파수에서 충분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난청이 심각해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 검사로 12만5,000명 난청 진단 놓쳐”
소음성 난청에 노출된 청소년은 전체의 20%나 된다. 청소년 때 소음성 난청을 앓으면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어른이 되면 심각한 난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가 2016년 전국 57개 중학교와 53개 고등학교 등 모두 110개 중ㆍ고교생 3,01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청소년 청력 실태조사 결과, 경도 소음성 난청이 있는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16~18%에 달했다. 실태조사는 이동용 방음설비와 검증된 청력검사장비로 63명의 이비인후과 의사가 직접 진찰 후 숙련된 청각사가 어음(단어 인지도) 청력검사와 고주파수(500~8,000Hz) 등 7개 주파수를 측정했다.
반면 학교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청력검사는 단일 주파수(1,000Hz)의 40데시벨 소리만 이용, 듣는지 못 듣는지로 난청 여부를 확인해 학교 건강검진의 청력검사를 통한 난청 비율은 0.47%에 불과해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만 12~19세에 시행하는 학교 건강검진의 청력검사로는 12만5,000명의 난청 환자를 진단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와 연간 332억~726억원의 사회경제적 부담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송병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회장(미래이비인후과 원장)은 “청소년 난청은 학습력 저하와 함께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 생기게 한다”며 “청소년의 난청을 확실히 진단할 수 있도록 부실한 학교 청력검사를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오승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학교 건강검진에 쓰는 순음(단음 인지도) 청력검사는 1,000Hz에 대한 청력 역치만 대상으로 해 고음역 난청을 확인하지 못하고 중등도 난청 기준인 40데시벨 이상만 정밀검사 대상으로 해 경도(輕度) 난청을 놓치게 된다”고 했다.
노환중 양산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순음 청력검사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검진을 방음시설과 청력검사기를 보유한 병원 등을 활용한 검진으로 바꾸고, 검진시기를 초교 1ㆍ4학년,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 총 4회나 최소한 초교 1학년, 고교 1학년 2회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100데시빌 소음에 15분 이상 노출되지 말아야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소음은 평균 75데시벨(dB) 이하다. 이 정도 소음은 오래 노출돼도 청력이 손상되지 않는다. 그러나 100데시빌이 넘는 소음에 아무 보호장치 없이 15분 이상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된다. 90데시빌 이상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이 점점 떨어진다.
소음성 난청은 별 증상이 없다가 점점 귀가 멍멍해지고 TV나 스마트폰 볼륨을 계속 키우게 되며,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스마트폰 등 음향기기를 통해 하루 2시간 이상 볼륨이 크게 높여 음악을 들으면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2시간 이상 듣지 않아야 한다.
또 소리 크기는 최대 볼륨의 60%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지하철 등 시끄러운 곳에서는 볼륨을 저절로 높이게 되므로 시끄러운 곳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귀속으로 들어가는 ‘커널형 이어폰’은 고막에 직접적으로 소리를 전달하므로 간접적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헤드폰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책을 오랫동안 보면 눈이 피로하듯 청력도 휴식이 필요하다. 30분 이상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봤다면 5분에서 10분간 쉰다.
난청을 치료하려면 소음이 있는 환경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시적인 청각피로는 조용한 곳에서 2~3일 정도 쉬면 낫는다. 최재영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음성 난청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소음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커다란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걸리는 소음성 난청 환자가 청소년 가운데 20%나 된다. 하지만 학교 검진 청력검사는 이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