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이 웬 말이냐
남북이 갈라져 이념교육에 절어
일본 지하철에서 마주친 치마저고리 입은 한국 자손들을 보고도
담담하게 바라볼 뿐
한국 방송 듣지 않고 살았던 이십여 년 동안
돌아보니 하나도 놓쳐서 아쉬운 것이 없다는 씁쓸함
줄줄이 적폐청산으로 묶여 나오는 비리와 비리들로
차라리 느끼지 않고 살았던 세월이 위안이다
미투 운동으로 왕과 신들이 쓰러지고
괴물들이 탈을 벗고 사람들 앞에 고개 숙여도
오래된 관행이라 버무리는 연장자들
왜 여자는 군대에 안 가냐고 야유하는 청소년들
지위와 학식이 높다고 다를 게 뭐야
연예인처럼 대중인기에 목매는 속 빈 인간들
남을 위해 사회를 위해 노력한다는 가면 쓴 인간들
차라리 나를 위해 수단이 되어 준 타인에게 고개 숙여 마땅한 미물들
그놈이 그놈이지
인간은 거기서 거기다
명절만 되면 제사상을 차리고
북을 향해 절을 하시던 조부모와 아버지
모두 돌아가신 이곳에
남북이 하나 되어 평창 올림픽이 열리고
예술단이 북한에 가서 공연한 것이 십 삼 년 만이라고 매스컴에서는 환호하는 데
불감증 걸린 기운 빠진 심장 박동은
엇박자도 없이 그저 움직이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