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스트레이트 화이트 맨’
23일 헤이즈 디어터서 개막
한인 극작가 이영진씨의 연극이 아시안 여성이 쓴 작품으로는 최초로 브로드웨이에서 제작, 공연돼 화제다. 토니상 수상자인 애나 사피로 감독이 연출하고 할리웃 스타 아미 해머와 케이트 본스타인, 폴 슈나이더, 조시 찰스, 타이 데포가 브로드웨이 무대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영진씨의 연극 ‘스트레이트 화이트 맨’이 오는 23일 브로드웨이 헤이즈 디어터 세컨 스테이지 극장에서 공식 개막한다.
연극 전문지 플레이빌(Playbill)은 ‘스트레이트 화이트 맨’(Straight White Men)으로 브로드웨이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극작가 이영진씨와의 인터뷰를 게재하며 올 여름 그녀가 브로드웨이에 데뷔하면 완전히 새로운 관객들이 그녀의 작품에 환호하며 극장을 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2003년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최초의 아시안 여성 브로드웨이 극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 이씨는 새로운 극본을 쓸 때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쓰고 싶은 마지막 연극이 무엇인지 자문하며 그런 연극을 창작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요한다”고 밝혔다.
그녀의 10번째 작품인 ‘스트레이트 화이트 맨’은 이영진 극작가 연출로 지난 2014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돼 뉴욕타임스, 타임아웃뉴욕 등 언론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차별이란 것을 당해본 적 없는 이성애자 백인 남성을 소재로 한 이 연극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중서부의 한 가족이 주인공들이다. 오랜만에 아버지를 찾아온 중년의 삼형제는 배달해온 중국음식을 나눠 먹으며 보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하버드 출신의 찌질이 장남으로 인해 나누게 되는 심각한 대화가 연극의 주 내용이다. 이 연극은 지난 2015년 컬버시티에 위치한 커크 더글라스 극장 무대에 올라 LA연극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녀는 이 작품이 미국의 가치관, 정체성과 특권, 자본주의 신념체계 대 사회정의 체계에 대한 탐구를 토대로 전통적인 가족 드라마를 통째로 흔들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항상 내게 편하지 않은 것을 소재로 삼으려고 한다”고 밝히는 아시안 여성 극작가의 작품이 그녀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 듯이 관객 역시 블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영진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UC버클리에서 영어를 전공했고 곧바로 UC버클리 영어 박사 과정에 진학해 6년 동안 셰익스피어를 연구한 후 극작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뉴욕으로 건너갔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뉴욕에서 이영진 극단(Young Jean Lee’s Theater Company)을 이끌며 자신이 극작, 연출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미국에서 가장 실험적인 극작가라는 평을 받은 이씨는 2011년 구겐하임 펠로우십과 오비상 특별 언급상, 2012년 도리스 듀크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록펠러 MAP재단, 그린웰 재단, 폭스 새무엘스 재단 등으로부터 다수의 그랜트를 받았다.
<하은선 기자>
지난달 30일 뉴욕 브로드웨이 프리미어를 가진 이영진 극작가의 작품 ‘스트레이트 화이트 맨’ 출연진과 제작진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