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한국인 선원들
칠흑 어둠·폭풍우 뚫고
몸에 밧줄 묶고 구해내
“선수를 북북서로 돌려라, 전속력 항진.”
노창원 현대상선 ‘현대 방콕호’ 선장은 지난 10일 오후 8시10분께 미 해안경비대(USCG)로부터 긴급 무전을 받았다. 미국인 2명이 탄 보트가 현대 방콕호 주변에서 북북서로 약 10마일 떨어진 지점에 표류 중인데 난파 직전이라는 내용이었다.
사고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배가 현대 방콕호였다. LA항과는 100여 마일이나 떨어져 있어 현대 방콕호 아니면 이들의 구조가 힘든 상황이었다.
노 선장과 23명의 승무원은 구조에 나서기로 결정하고 긴박하게 움직였다. 선수를 돌려 전속력 항진을 했다. 출발한지 50분 만에 도착해보니, 시속 28노트(약 시속 30마일)의 비바람이 몰아치고 10피트가 넘는 파고에 칠흑 같은 어둠으로 구조가 힘들어 보였다.
노 선장과 승무원들은 인명구조용 보트를 여러 차례 내리려고 시도했지만, 거센 풍랑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현대 방콕호 승무원들은 위험이 뒤따랐지만 직접 몸에 밧줄을 묶어 보트로 접근하기로 했다. 설금환 일항사가 앞장서서 현대 방콕호 외벽계단을 타고 내려갔고, 그 뒤로 박재우 이항사, 최관희 삼항사, 강원일 삼항사 등 승무원들이 밧줄을 중간중간에서 잡고 조난보트에 접근했다.
무동력 보트에는 브라이언 크라우스코프(29), 미가엘 맷슨(33) 등 2명의 미국인 조난자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승무원들은 무사히 이들을 현대 방콕호로 옮겼다. 무전을 받은 지 73분만인 오후 9시23분에 구조에 성공한 것이다. 승무원들은 구조된 미국 남성들의 혈압ㆍ체온 확인 등 긴급 안전조치를 취했고, 다행히 이들은 특별한 부상 없는 상태였다.
현대 방콕호는 이후 LA항으로 향했고, 지난 11일 오후 4시25분께 도착해 조난자들을 해안경비대에 인계했다.
노창원 선장은 “악천후 속에서 조난자를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정기적으로 수행해온 비상대응훈련 덕분”이라며 “이번 구조 활동으로 입항 일정이 다소 지연됐지만, 인도적 차원의 구조 활동으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방콕호는 6,8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태국 램차방에서 출발해, 베트남 바리어붕따우, 대만 카오슝, 부산, LA, 오클랜드 노선을 운항한다. <박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