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검붉게 물이 든 노을
오랜지 빛을 닮은 석양을 맴돌다
늦은 걸음으로 길을 걷는
여유로운 노인의 뒷모습으로
멈춘 듯 멈추지 않은
길었던 세월을 품고 흐름이
늘어지는 주름, 주름들 안에
그들의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하듯
깊어진 눈빛으로 담아내는 사연
슬픔도 기쁨도 모두를 안고
고요히 잠긴 녹색의 호수 되어
변해가는 인생도 변하지 않는 세상도
어차피 서로 다르지 않았음을 새삼스레 깨닫고
억울해하기보다 이제 온전한 감사함으로
하나씩 쓸고 주워 정리해 나가기를
예고도 없이 불며 흔들어대는
바람의 고통을 인내하며 미련 없이 떨어지는
낙엽의 애통함 마저 보듬어 만지고 다독일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배우려 쓸모없던 미련한 고집과
어리석은 아집의 주머니를 풀고 털어내며 비운다
인생은 봄 여름이 있고 가을과 겨울 외 하나가 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