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사이에 문신과 귀 뚫기가 어느 때보다 널리 유행하고 있다.
‘바디 수정’(body modifications) 혹은 ‘바디 아트’라는 이름을 달고 갈수록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피어싱의 경우 가장 많이 하는 귓불만이 아니라 귓바퀴 윗부분을 뚫기도 하고 코나 혓바닥, 배꼽까지 뚫는 젊은이들이 늘어나 부모와의 마찰은 물론 잘못된 시술로 인한 상처 감염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지난 달 처음으로 청소년의 타투, 피어싱, 피부난절(scarification, 피부를 베거나 긁어서 상처로 무늬를 만드는 것)에 관해 의학적 소견을 밝힌 임상 리포트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가 인용한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2010년에 18~29세 청년의 38%가 적어도 한번 문신을 했고, 23%는 귓밥 이외의 신체부위에 피어싱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삐딱한 개성의 상징이었던 문신은 지금은 완전히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아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문신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개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정도가 되었다.
젊은이들의 타투가 일반화되자 2015년 미국 군대는 군인에게 이를 금지하는 규제를 완화했다. 문신 때문에 신병 모집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불쾌한 내용의 타투나 군복을 입어도 확연히 보이는 타투 등은 규제 대상이다.
시애틀 어린이병원 소아과 및 청소년과 교수이며 A.A.P. 청소년 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번 보고서의 주 저자인 닥터 코라 콜렛트 브루너는 “소아과 의사들은 청소년 환자가 오면 타투나 피어싱을 할 계획이 있는지, 어디에 하려고 하는지를 물어보고 부모와 이야기 해봤는지, 문신은 한번 하면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아는지, 꼭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닥터 브루너는 “문신을 원하는 아이에게는 몸에 그런 무늬를 그리고 돌아다니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경험할 수 있도록 먼저 임시 타투를 해보라고 제안하는 것도 좋다”고 말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원할 때 금방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얼마간의 대기 시간을 갖도록 권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신체의 걱정스러운 부위에 ‘바디 수정’과 ‘바디 아트’를 하는 것은 영구히 남는 결정인 동시에 몸에 대한 자율권 및 개인 건강에 관계된 문제이므로 충분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다. 자녀에게 문신은 영원히 남는다는 것과 나중에 지우고 싶어도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내용을 숙지하도록 한다.
또한 잘 보이는 부위에 타투나 피어싱을 하면 직장 취업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분위기가 보수적인 직장뿐이 아니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직업에서도 노출된 문신은 경우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젊은 배우들조차 문신 때문에 배역을 못 따는 경우가 있고, 역을 맡더라도 촬영에서 문신이 보이지 않도록 분장실에 일찍 가서 완전히 커버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악동 발레리노로 유명한 세르게이 폴루닌은 영국 로열 발레의 수석무용수 시절, 온몸에 그려진 타투 때문에 공연 때마다 이를 가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의사들은 타투나 피어싱을 하고 싶다는 틴에이저에게는 반드시 부모와 대화를 나눌 것과 만일 하더라도 전문 면허가 있는 위생적인 업소에서 파상풍 면역조치가 돼있는지 확인한 후 시술받도록 권해야 한다. 또 과거 몸에 상처가 났을 때 문제가 있었거나, 루푸스 등 면역 시스템이 약한 사람, 몸에 난 상처를 문신으로 가리려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그 위험도를 살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미성년자의 타투와 피어싱에 관해서는 주마다 법적 규제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주는 완전히 금지하고 있고 또 어떤 주는 부모의 동의하에 허용하고 있으며 대개의 경우 시술 현장에 부모가 동참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법적 규제에 앞서 이상적인 방법은 부모와 자녀가 충분히 대화를 갖는 것이라고 닥터 브루너는 말한다. 그리고 대화가 일방적인 부모의 “절대 안 돼”가 되어서는 안 되고, 특히 성년에 가까운 청소년 자녀에게는 “할 수도 있지만 우선 좀 잘 알아보자. 무조건 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지”라는 방식으로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좋다.
닥터 브루너 자신도 딸이 18세였을 때 배꼽에 피어싱을 하겠다고 해서 시술소에 함께 간 적이 있다고 말한다. “피어싱을 용인하거나 거부하기에 앞서 딸아이의 결정을 지지해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 그녀는 또한 업소가 청결하고 살균이 잘 돼있는 곳인지 확실히 알고 싶었다고 전했다.
타투와 피어싱 과정에서 소독과 살균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시술자가 세 차례나 장갑을 바꾸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는 닥터 브루너는 나중에 알고 보니 외과수술 테크니션으로 일했던 배경이 있어서 철저한 관리가 몸에 밴 것이었다고 말했다.
피부를 뚫으면 세균이 침입할 수 있다. 따라서 타투와 피어싱 후에는 곧바로 감염과 합병증을 막기 위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살균 상태가 완전하지 않으면 C형 간염 같은 혈액 매개 질병에 전염될 위험도 크다. 따라서 라이센스를 가진 프로페셔널 시술자보다 아마추어가 하는 타투와 피어싱이 더 위험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A.A.P. 리포트는 타투나 피어싱을 하러 갈 때는 장갑과 바늘을 매번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지, 뚫는 도구 등이 모두 무균 용기에 담겨있는지, 새로운 고객을 맞을 때마다 새로운 잉크를 일회용 용기에 따라서 사용하는지 등의 소독 과정을 주의 깊게 살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이라면 시술 후에 지켜야 할 지시사항과 설명도 충분하게 제공해야 한다. 시술 부위가 붉어지거나 붓거나 진물이나 고름이 생기지는 않는지, 열이 나거나 피부에 붉은 띠가 생기지는 않는지 등의 감염의 징후를 잘 살피도록 해야 한다. 또 시술 부위에서 계속 출혈이 있다면 혈관을 건드렸는데 제대로 응고되지 않은 것이므로 이런 모든 징후가 보이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많은 틴에이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바디 피어싱은 상처가 아무는 데 훨씬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눈썹만 해도 6~8주가 걸리고, 배꼽 부위는 9개월이 지나야 완전해진다.
나쁜 예후들로는 혀를 뚫는 피어싱을 하고 난 후 치아에 문제가 생기거나 혀에 달고 있는 주얼리의 조각이 기도로 흘러들어가 큰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피어싱 틴에이저들을 치료해온 한 의사에 따르면 가장 엽기적인 부위가 혓바닥 피어싱이었다며 정말 잘 생각해야 할 결정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유두에 피어싱을 한 경우 훗날 모유 수유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닥터 브루너는 “소아과 의사로서 우리의 임무는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하고, “부모의 임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청소년기의 자녀가 복잡하고 충동적인 시기를 잘 보내 완전한 자율권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아이들을 타투와 피어싱이 만연한 청소년 문화권에서 보다 현명한 판단으로 이끌어 가기를 희망했다.
청소년 사이에 문신이 널리 유행하고 있다. 타투 아티스트 미셸 마일스가 에반 홀의 등에 새긴 작품. <사진 Dale May>
신체의 위험한 부위에 피어싱을 하는 데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i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