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프론티어 등 취항 후 요금경쟁 촉발
메이저 회사들도 “무시 못해” 고객잡기 총력
3년 이상 디트로이트와 필라델피아 간 편도 항공요금은 308달러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한 때는 385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통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초 항공요금이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해 말 평균 편도요금은 183달러였다.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주요 요인은 스피릿 항공이었다. 이 저가항공사는 2016년 4월부터 필라델피아 국제공항과 디트로이트 간 운항을 시작했다. 일부 경우 편도요금은 100달러가 채 되지도 않았다. 스피릿의 취항은 다른 모든 항공사들의 요금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델타와 아메리칸 같은 메이저 항공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필라델피아 국제공항 수익담당 책임자인 제임스 타이럴은 “저가항공사들이 없었다면 공항 이용도가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가항공사인 프론티어 항공 역시 필라델피아발 노선을 추가했다. 타이럴은 “이들이 없었다며 요금체계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련의 합병으로 메이저 항공사가 4개로 줄어들면서 경쟁이 상당히 줄었지만 저가항공사들은 항공료 완화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항공사들은 거의 고객서비스가 없고 추가 화물에 요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이들은 싼 가격을 찾는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메이저 항공 일부 고객들까지 흡수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1993년 연방교통국 연구자들은 저가요금을 기반으로 급성장하던 사우스웨스트 항공 이름을 따 이런 현상을 ‘사우스웨스트 효과’라고 명명했다. 버지니아 대학 교수와 캠벨-힐 항공그룹 컨설턴트가 공동 진행한 최근 연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논스탑 노선에 새로 취항할 경우 편도요금이 평균 45달러 하락하는 것으로 계산했다.
연구자들은 다른 저가항공사들 역시 요금인하 효과를 가져 온다고 밝혔다. 소비자 연맹을 위한 항공 자문인 윌리엄 맥기는 “저가항공이 한 노선에 뛰어들 때 가져오는 요금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나 아메리칸 같은 메이저 항공사들이 모든 유형의 고객들을 놓고 프론티어나 스피릿 같은 항공사와 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이런 항공사들은 돈이 넘치는 기업들과 비즈니스 출장 탑승객들을 많이 갖고 있다. 이들은 저가항공사들을 회피한다. 자신들의 스케줄에 적합한 항공편 탑승을 위한 지출을 꺼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가항공사들은 거대항공사들로 하여금 특정 노선에서 요금에 민감한 고객들을 의식하도록 만들었다. 이 고객들은 가장 싼 항공권을 찾으려 인터넷을 뒤지는 사람들이다. 이런 고객들이 항공 이용자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메이저 항공사들도 이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항공 컨설팅 기업인 GRA의 경제전문가 데이빗 와이그너는 “이런 고객들은 분명 중요하다”며 “메이저 항공사들은 이들의 요구에 어떻게 응하고 어떻게 잡을 것인지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델타와 아메리칸, 그리고 유나이티드는 이런 고객들을 잡기 위해 ‘기본경제’ 요금을 출시했다. 이 고객들에게는 사전 좌석지정이나 티켓 리펀딩 같은 서비스들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 항공사들 가운데 유나이티드가 가장 공격적이다.
1년 전 유나이티드 항공 사장에 임명된 스캇 커비는 항공사 전략을 저가항공사들을 겨냥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는 아메리칸에 있을 때도 같은 전략을 썼었다. 좌석 증가율을 억제하라는 월스트릿의 압력에 저항하면서 유나이티드는 미국 내 주요 노선에 좌석수를 늘리고 있다. 판매할 수 있는 좌석 수를 늘리기 위해 작은 비행기를 큰 비행기로 바꾸고 저가항공이 제공하는 요금을 매치해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일부 주요 거점에서 ‘자연스러운’ 승객 점유율을 다시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 국내선 시장 좌석이 지난해에 비해 4.5%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델타의 2%보다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아메리칸은 현재의 좌석 수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커비는 “우리는 유나이티드의 자연스러운 시장 점유율이 있는 상태로 돌아가려는 것일 뿐”이라며 “이를 세심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나이티드의 이런 방침에 따라 뉴웍과 휴스턴, 시카고 등에서 스피릿과 경쟁을 벌여야 할 입장이 됐다고 업계 분석가들은 밝혔다. 스피릿 역시 이를 깨닫고 있다. 스피릿의 간부인 매튜클라인은 “환경이 대단히 경쟁적이란 사실을 놀랍지 않지만 경쟁사들이 통상적이지 않은 요금 인하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덴버는 새로운 전쟁터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소유 항공사인 프론티어는 지난 7월 덴버 국제공항 발 21개 노선에 새로 취항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뉴멕시코 앨버커키, 켄터키 루이빌,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같은 소도시들이다.이 항공사는 내년 여름까지 논스톱 노선은 현재의 두 배인 314개로, 또 전체 노선은 1,0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덴버지역이 견실한 경제의 영향을 받아 유나이티드와 사우스웨스트, 스피릿도 최근 노선을 추가했다. 덴버공항 관계자는 각 항공사들이 다른 유형의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들은 각자 틈새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분쟁이 광범한 요금인하 전쟁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미국 내 많은 노선들은 단일 항공사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요금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금년 1분기 국내선 왕복 항공요금 평균은 490달러 정도로 지난해보다 약간 오른 상태이다.
저가항공 스피릿이 디트로이트-필라델피아 구간에 취항하면서 평균 항공료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가항공 취항 노선에서는 이 같은 요금인하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