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자 사라질 때까지 수십 번 확인
“왜 답이 없지? 씹혔나?”집착하기도
원치 않는 사회적 교류, 스트레스
SNS 끊고‘소셜 블랙아웃’선언도
■SNS 피로 “페북 이제 안해요”
하루 서너개의 게시물을 올리며 페북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40대 한인 여성 강모씨는 얼마전 스마트폰에서 페북 앱을 삭제했다.
언젠가부터 페북에 사진이나 게시물을 올리고, 300여명이나 되는 페북 친구들이 쉬지 않고 매일 올리는 게시물에 일일이 ‘좋아요’를 누르는 것조차 귀찮고, 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아직 페북 계정까지 폐쇄하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에서는 페북을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며 “과시하고 자랑하는 듯 올라오는 페북 친구들의 사진 게시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내가 올린 게시물 반응에 집착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페북 앱을 삭제하게 된데는 사생활 노출 문제도 얽혀 있다. “사실 페북친구들의 절반 정도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내 일상의 모습이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노출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또, 과시하듯이 보여주는 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도 더 이상 흥미가 없어졌다”는 것이 강씨의 설명이다.
■사용자 늘지만, 관심은 줄어
강씨처럼 SNS에 흥미와 관심이 떨어져 SNS 이용을 줄이거나 스마트폰 앱을 삭제하거나 아예 계정을 탈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 조사기관인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의 최근 조사는 실제로 SNS사용자는 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용자는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SNS 사용자 10명 중 3명이 SNS 피로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사생활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것이 싫다(34.1%)거나 흥미와 관심이 떨어졌다(43.9%)는 이들도 많았다. 또, SNS를 관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응답이 29,7%였고, SNS를 사용할 필요성을 점점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39.3%나 됐다.
■원치 않는 관계, 스트레스 가중
SNS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 중에는 원하지 않는 SNS 사회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 상사의 페북 친구 요청, 얼굴도 모르는 온라인 친구들의 이벤트 초대, 끊임없이 울려대는 단톡방의 메시지 알람, SNS 친구들의 과시와 평가, 그리고 비교. 이 모두가 SNS 사회관계가 주는 스트레스다. 분명히 좋아서 즐기면서 시작한 일인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SNS 연구논문에 따르면, 원하지 않는 사람과 어쩔 수없이 SNS에서 관계를 맺어 강제로 교류해야 할수록, 또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는 정도가 심할수록 SNS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에서 다른 사람의 평가를 의식해 가식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신경쓰는 정도가 높을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원하지 않는 사람과 SNS에서 친구가 돼 원치 않는 사회적 교류를 하거나 온라인에서 원치 않는 강제성 소환을 당하는 것도 SNS 스트레스가 된다.
■싸움유발자, 카톡방 ‘1’자 놓고 신경전
20대 한인 남성 최모씨는 1년 넘게 사귀던 여자 친구와 얼마 전 헤어졌다. 카톡이 원인제공자였다. 주중에는 만나기가 어려워 여자친구와 대부분 카톡으로 대화를 해왔지만 언젠가부터 카톡 메시지 때문에 다투는 일이 잦아졌던 것.
“여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할 때는 카톡을 보내면 거의 동시에 대답이 오곤 했는데 몇 달 전부터는 몇 시간이 지나도 대답은커녕 ‘1’자가 없어지지 않았어요. 카톡을 읽지도 않는다는 거잖아요?” 카톡 문자의 ‘1’자가 없어지기까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여자 친구와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1세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SNS 중 하나가 바로 ‘카카오톡’인데 의외로 카카오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털어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카톡에서 친구나 지인의 이름이 사라지면 마치 현실에서도 사람이 사라진 것 같고, 카톡 문자를 보낸 지 수 분 이내에 답이 없으면 초조해지고 문자 읽음을 알려주는 ‘1’자가 언제쯤 사라지는 지 집착하게 된다는 이들도 있다.
최씨는 “나를 만날 때 여자친구는 항상 폰을 들여다 보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카톡 문자를 보내도 답이 일찍 오지 않으면 초조해지고 나중에는 짜증이 나고 결국 화를 내게 됩니다”
상대방이 늘 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1’자 없어지지 않거나 답이 늦으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최씨는 “카톡이 사람을 집착하게 만들고, 나중엔 내가 중독된 것이 아닌 지 의심이 들기도 해서 당분간 카톡 사용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단톡 방의 공포
40대 한인 박모씨는 더 이상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다. 얼마 전 대학동문 80여명이 가입된 단톡방에 ‘읽지 않는 메시지’ 숫자 347개를 확인하고선 카톡 탈출을 결심했다.
박씨는 “한나절 폰을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확인안한 문자 메시지가 347개나 있었어요. 대화에 끼여 들려면 몇 시간 전 지나간 문자까지 다 확인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고. 사실 별로 친하지도 않는 친구들인데도 애기하는 화제에도 관심이 없어 그동안 단톡방에서 나는 투명인간처럼 지냈는데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스트레스 받는니 아예 카톡 계정을 없애 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톡을 안하고 친구들과 어떻게 소통하나?’ 걱정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박씨는 “카톡을 없앴더니 전화통화를 하는 일이 더 많아졌고, 텍스트 메시지로 소식을 주고 받고 있어 전혀 불편이 없다. 마음은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 SNS의 심리학, 집착과 조급증
불쑥 문자를 보내면 무례하다고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SNS가 보편화된 요즘은 오히려 불쑥 전화를 하는 것이 ‘매너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전화나 SNS, 이메일 등 소통의 채널은 다양해졌지만 이에 따른 사용자들의 심리도 크게 달라졌다.
전화를 불쑥 거는 것이 매너 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다시 문자로 이를 확인하거나 전화를 부탁하면 압박감을 느끼거나 독촉 받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페북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내가 보낸 트윗에 반응이 없어도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고, 내가 보낸 카톡 문자에서 ‘1’자가 수 분 이내에 사라지지 않으면, 상대방과의 친분 관계를 의심하게 되고, 연인들이라면 이별까지 고심하게 된다.
SNS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심리학이다. ‘서른살의 철학자, 여자’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블로거는 “‘나는 쿨하다, 나는 쿨하다.
이러면서 보내는 것은 내 자유고, 확인하는 것은 그 사람 자유지..’라고 되뇌지만, 카톡을 보내는 순간부터 답장 왔는지 엄청 궁금해진다.”고 SNS사용자들의 심리상태를 설명하기도 했다.
■‘소셜블랙아웃’도 는다.
소셜블랙아웃은 소셜미디어와 대규모 정전상태를 일컫는 ‘블랙아웃’의 합성어로 SNS나 모바일 메신저를 탈출하는 것을 가리킨다.
SNS 활동을 중단해 SNS에 얽매인 상태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소셜블랙아웃을 통해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다는 것이다. SNS나 모바일 메신저 등이 소통수단이기도 하지만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SNS 집착이나 과도한 몰입, 타인과의 비교나 과시 등으로 인한 SNS 피로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예 SNS를 탈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카카오톡, 페북, 인스타스그램, 밴드,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소통과 연결이 늘어나는 소위 ‘과잉연결의 시대’에 SNS 활동을 끊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상목 기자>
■젊을수록 페북 선호
스마트폰이나 SNS 사용실태를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한국의 ‘와이즈앱’이 지난 8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조사결과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사용자가 가장 많은 SNS는 ‘카카오톡’이었고, ‘밴드’, ‘카카오 스토리’, ‘페이스북’ 등 순으로 사용자가 많았다.
하지만, SNS사용자들의 연령에 따라 선호하는 SNS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1020세대에서는 ‘페이스북’을 가장 선호했고, 3040 중년 세대는 카카오스토리와 밴드 등 포털형 SNS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SNS 사용자를 조사한 퓨리서치 센터 보고서에서는 성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79%가 페이스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스타그램(32%), 핀터레스트(31%), 링크드인(29%), 트위터(24%) 순으로 선호도가 달랐다. 퓨리서치 조사 결과다.
일별 사용자 조사에서도 페이스북이 75%로 가장 높았고, 인스타그램이 51%, 트위터 42%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