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체 카드 빚 1조달러 넘어
가구당 빚 9,600~1만6,000달러 추산
밸런스 트랜스퍼, 주택 에퀴티 등
카드 이자율 회피 방법 장단점 따져야
이자율 높은 빚 먼저 청산해야
미국인 전체의 크레딧 카드 밸런스가 1조달러를 넘어섰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월 기록에 도달한 것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확인한 수치다.
그런데 1조달러는 너무 커서 막연하다. 체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가구당 평균 카드 빚을 알면 충격 또는 위안이 될까. 카드 전문 웹사이트 ‘크레딧카즈닷컴’에 따르면 9,600달러라고 한다. 가구 평균 연소득의 17%다. 금융전문 웹사이트 ‘밸류펭귄’은 1만6,048달러라고 추산했다.
심각한 문제는 크레딧 카드 이자율이 16~24%이니 9,600달러라고 가정해도 매년 1,600~2,300달러씩 밸런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레딧카즈닷컴의 맷 슐츠 수석 분석가는 “카드 빚을 줄이라는 경고음”이라며 “진짜 문제가 터지기 전에 밸런스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크레딧 카드 밸런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과 그에 따른 찬반 논리를 점검한다.
■ 밸런스 트랜스퍼
이자율이 제로(0)인 다른 카드로 밸런스를 옮겨두는 방법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무이자로 밸런스를 대신 맡아주는 카드 상품이 주변에 넘쳐난다.
장점은 당연히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카드에 따라 짧게는 6개월부터 길게는 21개월까지 무이자 기간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다. 이자 걱정 없이 원금만 갚아나가면 되니 매력적일 수 있다.
대신 단점도 많다. 무이자 기간이 정해진 점이 대표적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다른 카드에 비해 더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 약관을 제대로 살펴보고 계획을 짜야 한다. 밸런스 트랜스퍼가 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카드는 카드니 크레딧 리밋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신청하지 않는 한 리밋을 알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비영리단체인 ‘컨수머 액션’의 린다 셰리 디렉터는 “여러 개 카드의 크레딧 리밋 합산이 2만5,000달러라고 해도, 밸런스 트랜스퍼 카드의 리밋도 2만5,000달러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카드가 승인나기 전까지 리밋은 알 수 없는 이상한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1~3%인 밸런스 트랜스퍼 수수료가 보통의 경우, 기존 카드 이자율보다는 낮겠지만 막판까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여기에 크레딧 점수가 낮아질 수 있는 점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즉, 단적으로 피코(FICO) 스코어 700점 이상인 경우가 적합하고, 만약 자주 연체료를 내는 경우라면 승인 받을 확률이 낮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퍼스널 론
개인 대출은 꽤 인기 있는 해결책이다. 지난해 특히 많이 증가해 대형 은행과 크레딧 유니언 등이 모두 제공하고 있으며 전업계 카드사인 디스커버리까지 뛰어들었을 정도다.
카드 빚을 해결하는 것 이외의 장점은 크레딧 점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크레딧 사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결과로 잘 갚아나가면 히스토리까지 개선되는 이중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퍼스널 론은 미니멈 페이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 원금 전체를 갚아나가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채무 상환에 도움이 된다. 카드사에 이자 주면서 깨작깨작 거리는 것 보다는 은행을 상대로 스케줄을 세워 전체를 갚는 편이 훨씬 유리해 보이는 이유다.
단점은 밸런스 트랜스퍼와 다르게 계속해서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피코 점수 720점 이상을 기준으로 해도 퍼스널 론의 이자율은 10.3% 이상이고, 639점 이하면 32%에 달한다. 론이 제시하는 최저 수준의 금리는 카드 밸런스에 적용되는 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과연 이득이 뭘까’하는 자괴감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즉, 퍼스널 론은 크레딧 점수에 관계없이 본인의 결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점수에 따라 이자율이 높고, 낮아질 수 있으니 전체 채무 상환 일정과 더불어 현재 금리 수준을 따져보고 결정할 일이다.
■ 기타 옵션들
만약 본인 소유의 집이 있고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HELOC)’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에퀴티가 쌓였다면 이를 활용해 더 비싼 이자를 물고 있는 카드 빚을 청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단점은 대부분 개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자산인 주택을 담보로 하는 만큼 연체 등 최악의 경우, 압류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해법들을 선택할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크레딧 카드 밸런스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오래된 전략으로 카드 빚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대신 이자율이 비싼 것부터 순차적으로 갚아나가는 정공법이다.
다른 카드들은 미니멈 페이만 유지하고 이자율이 높은 카드의 밸런스부터 차례로 격파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는 세금보고 후 받는 환급금을 비롯해 손에 쥘 수 있는 어떤 돈이든 우선순위에 맞게 투입해 갚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류정일 기자>
현명한 소비자라면 잘 쓰는 것만큼, 잘 갚는 것도 중요하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크레딧 카드 밸런스가 더 큰 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미리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활용해 카드 빚을 갚아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