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규모에 상관없이 헌금 유용 시달려
투명성 결여·객관적 감사 시스템 부족 탓
교회 재정을 둘러싼 비리와 부정은 끊임없이 지적되는 문제다. 조사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10개 교회 가운데 하나 꼴로 횡령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교회의 규모와 관계없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교회 뿐 아니라 중형교회와 심지어 예산이 부족한 소형교회도 헌금 유용에 시달리고 있다. 교회 돈을 착복하는 범죄는 액수의 크기와 관계없이 자행되고 있어 각별한 관리와 객관적인 감사가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크리스티애너티 투데이는 최근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통계를 인용하면서 담임목사 10명 중의 1명이 자신의 교회에서 재정 횡령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또 금융 사기 및 비리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시민단체 ACFE의 통계에 따르면 한해 예산 유용 케이스의 2.4%가 교회 등 비영리단체에서 발생했으며 평균 금액은 8만2,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회가 이처럼 재정 비리에 휘말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투명성 결여와 감사의 부족 때문이다. 주류 교회에서도 지난해 제대로 감사를 받은 교회는 47%에 불과했다. 무려 66%에 해당하는 교회는 지난 4년동안 한 번도 감사를 받아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의 회계 감사를 받은 시기가 5년이 넘은 교회가 34%를 차지했으며 이제껏 한 번도 감사를 받지 않은 교회도 10%에 달했다.
한인교회의 경우 사정은 한층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부 감사는커녕 내부적으로도 정기적인 감사를 실시하는 교회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하면 체계적으로 재정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교회가 많다. 재정 유용 사례는 목회자를 비롯해 교인들 사이에서도 다양하게 벌어진다. 담임목사가 교회 수표를 직접 갖고 다니며 스스로 서명해 사용하는가 하면, 재정 관리를 맡은 성도가 비즈니스에 헌금을 쓰고 돌려막기에 나섰다가 사고를 내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한인타운 중형교회에서 재정담당 교인이 도박에 빠져 거액을 횡령하고 잠적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는 설교 시간에 “솔직히 예산을 유용하지 않는 사람도 있느냐”고 공공연히 밝혀 충격을 주기도 했다.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인 허성규 칼스테이트 샌버나디노 회계학 교수는 “교회 재정을 투명하고 정직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객관적인 감사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회계장부와 영수증을 철저하게 챙기고, 일정 기간마다 외부 회계기관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