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지도자들"교회 책임 커...침묵하면 안돼"
살해용의자 위해서도 기도...트럼트는 맹비난
대다수 한인교회는 이번 사태 언급 안해 대조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폭력 시위에 대해 애틀랜타 교계가 슬픔과 함께 분노감을 나타냈다.
다운타운 에벤에셀 침례교회의 새년 존슨 담임 목사는 13일 주일설교를 통해 “샬러츠빌 사태로 인해 큰 고통과 비애를 느낀다”면서 사망한 헤더 헤이어와 2명의 경찰관을 애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존스 목사는 이어 살인혐의로 기소된 제임스 엘릭스 플즈 주니어에 대해서도 “하나님이 준 생명을 악과 바꾼 20세 청년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존스 목사는 사태 직후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왜 명확히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규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비난했다. 예배 후 성도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존스 목사의 설교 내용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피치트리 로드 연합감리교회의 빌 브리트 담임 목사도 역시 주일 설교에서 “북한이든 워싱턴이든 혹은 예루살렘이나 샬러츠빌이든 하나님은 우리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도록 부르셨다”면서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도록 명하신 것과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고뇌를 표현했다. 이어 브리트 목사는 “인종차별이나 편견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면서 “만일 교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침묵할 경우 우리의 진정한 뜻이 왜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퍼스트 이코늄 침례교회의 티모시 맥도널드 목사도 “인종차별주의는 도덕적 문제이며 교회의 책임이 크기 때문에 교회가 침묵해서는 안된다”며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한 교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주류 교계 지도자들과는 달리 한인교계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한 대형 한인교회의 성도인 이모씨는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회에서 대형 사건이 발생해도 교회만 가면 딴 세상인 것 같다. 우리의 이웃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고 다쳐도 아무런 관심도, 언급도 없이 그저 주어진 순서에 따라 일상의 예배만 드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어제(13일)도 기독교인으로서, 또 이민자로서, 소수계 민족으로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몰라 목사님의 설교를 기대했었는데 역시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며 한인교계의 무관심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우빈 기자
13일 우드러프 공원에 마련된 버지니아 샬러츠빌 희생자 사진 앞에 시민들이 꽃다발을 놓으며 추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