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다운·부채비율 50%까지로 상향
소득기준‘가족합산’프로그램 시범시행 등
국책기관부터 대출회사까지‘고삐 풀기’
모기지 융자 심사조건이 갈수록 완화되고 있다. 3년여 전부터 국책 기관을 시작으로 느슨해진 고삐가 이제는 주류은행과 일반 대출 회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집값의 1%만 있으면 대출해주는 모기지가 등장했고, 소득 및 부채 관련 규정을 풀어 모기지 승인율을 높이고 있으며, 기존 학자금 부채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옵션까지 다양해졌다.
LA타임스는 집값이 크게 올라 만만하게 살 수 있는 주택 공급은 줄었지만 그나마 주택 융자 기준들이 완화돼 바이어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샌디에고의 ‘길드 모기지’ 사는 자체적으로 1% 다운페이 모기지 상품을 내놓고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6월 LA의 주택 중간값 56만9,000달러를 예로 들어 20% 다운페이를 한다면 11만3,800달러가 필요한데 1%면 초기 부담은 20분의 1로 줄게 된다.
또 길드 모기지는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제휴해 바이어가 1%, 렌더가 2%를 더해 다운페이하고 모기지를 승인해주는 파일럿 프로그램도 테스트하고 있다. 패니매와 양대 국책 모기지 회사로 통하는 ‘프레디맥’도 바이어가 1%를 부담하고 정부 보조나 렌더 등을 통해 2%를 채울 수 있다면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을 10월말까지 운영한다.
집값의 3%만 다운페이하면 되는 모기지는 대형 은행들의 전쟁터로 바뀌었다. 2014년 패니매가 처음으로 3% 다운페이 모기지를 내놨을 때만 해도 리스크를 우려해 무관심했던 은행들이 집값과 금리 상승으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뛰어든 형국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경우, 지난해 3% 다운페이 모기지의 총 대출 한도를 10억달러로 2배 늘리기도 했다.
대출 승인의 문턱도 낮아져 패니매는 지난달 소득대비 부채비율(debt to income ratio)을 기존 45%에서 50%로 높였다. 이미 2011년 이후 50%를 유지해온 프레디맥과 동일한 수준이 됐으며 이번 조치로 연간 약 9만5,000건의 추가 승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5%포인트 인상 효과는 커 샌타모니카의 줄리 아라곤 모기지 브로커는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48~49%였던 신청자들이 패니매의 결정 직후 대출 ‘거절’에서 ‘승인’으로 결과가 180도 바뀌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프레디맥도 최근 파일럿 프로그램에 돌입, 모기지 신청자 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소득을 합산할 수 있도록 변경, 소득대비 부채비율의 분모를 키워 비율 자체를 낮추는 효과를 내도록 하고 있다.
또 최근 패니매는 학자금 부담 탓에 모기지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변화를 줬는데 ▲부모나 제3자가 학자금이나 모기지 이외의 부채를 대신 갚아주면 소득대비 부채비율에서 이를 제외키로 했고 ▲집을 소유하게 되면 즉각 캐시아웃 리파이낸스가 가능토록 해 고금리 학자금 부채부터 갚을 수 있도록 했으며 ▲소득기준 재상환 플랜 가입을 통해 낮은 월 페이먼트로 유도키로 했다.
실제 지난해 부부 합산 소득이 15만달러였지만 26만달러의 기존 학자금 부채 탓에 모기지를 거절 당했다는 30세의 크리스 블레이락 변호사는 “패니매의 소득기준 재상환 플랜에 따른 페이먼트 조정으로 월 3,000달러였던 학자금 상환을 600달러로 줄이고 대신 모기지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다만 이같은 일련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문은 “주택 보급률 상승이 설립 목적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앞장서 규제를 풀면서 렌더들의 언더라이팅 부담을 덜어주고, 렌더들도 돈이 된다며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며 “제로(0) 다운페이 모기지가 있었던 금융위기 이전의 버블시대 수준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류정일 기자>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첫 주택구입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모기지 융자업계가 경쟁적으로 융자 심사조건을 완화하고 있어 바이어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LA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