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경제 전망에 대한 갈피를 잡기가 힘들어지는 모습이다. 긍정적인 지표와 부정적인 지표가 번갈아 가며 발표되고 있어 경제 전문가들조차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5월 연방노동국이 발표한 고용 지표는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주가지수는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하며 나홀로 폭등세를 기록중이다.
또 한편에서는 올해 1분기 가구 부채규모가 무려 약 12조7,300억달러로 2008년 금융 위기 수준을 넘어섰다는 발표가 나왔다. 일반인들은 물론 경제 전문가들도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를 정도로 경제 지표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혼란스런 경제 지표 발표가 잇따르자 일부에서는 혹시 경기 다시 침체국면을 앞두고 있지 않나하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온라인 금융매체 ‘고우 뱅킹레이츠’가 경기 침체 전 나타나는 현상들을 정리했다.
■ 부채 증가
모기지 업계를 중심으로 한동안 지속되던 신용 경색이 몇 년 전부터 완화되고 있다. 신용이 갑자기 풀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가계 부채 증가다. 최근 가계 부채가 다시 기록적인 증가세로 우려를 낳고 있다.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기때문에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현상이다.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가계 부채는 물론 각종 부동산 대출의 연체 위험이 높아져 경김 침체 속도를 가속시킨다.
과거 3번에 걸친 경기 침체시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대규모 연체가 발생한 바 있다. 아직까지 부동산 대출 연체 발생률은 매우 낮지만 최근 차량 구입 대출에 대한 연체 발생률이 높아져 우려를 낳고 있다. 차량 대출 업계는 차량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신용도가 낮은 구입자들에게 이른 서브프라임 대출을 무분별하게 발급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 세수 감소
브루킹 연구소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각 주정부의 세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동반된다. 직전 경기 대침체가 절정에 달했던 2008년 4분기 여러 주의 세수가 급감했는데 판매세가 감소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판매세가 감소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지출이 줄면 주정부 세수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쳐 결국 경기 침체를 유발하게 된다.
■ 빈번한 금융사기
빈번한 금융사기 발생도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이거나 이미 침체 중임을 뜻하는 현상이다. 금융 위기가 터지기 직전 부동산 시장과 융자 업계를 중심으로 신종 사기 행위가 판을 치며 부동산 거품을 부풀렸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경기 대침체가 막바지로 치닫던 2009년 5월 타임 매거진은 “공금 횡령 등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선 각종 사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 주택 시장 부진
주택 시장이 5년째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그러나 뭐든지 잘 나갈 때 침체를 대비해야 한다. 2008년 주택 시장 침체를 통해 경험했듯이 잘 나가던 주택 시장이 언제 폭락할 지 아무도 장담 못한다. 주택 거래가 줄고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의 가장 첫 번째 행동은 지출을 지갑을 닫는 것이다. 만약 지출 감소 속도가 가파르면 그만큼 경기 침체도 빠르게 찾아온다.
■ 종이 상자 판매 저조
종이 상자 판매 실적과 경기 상황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엉뚱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종이 상자가 많이 팔리면 그만큼 경기가 호전되고 있음 뜻하고 판매가 저조하면 경기 침체를 우려해야 할 시기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종이 상자에 포장돼 판매되거나 운송된다. 제품이 잘 팔리면 그만큼 종이 상자 수요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2007년~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 당시 유럽 대형 종이 상자 제조업체 스머핏 카파 그룹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 주가 하락
경기 상황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곳이 바로 주식 시장이다. 주식 시장이 활황이면 경기도 성장세임을 의미한다. 반면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하락,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신호다. 주식 시장 침체는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나타나거나 동반 발생하는 것이 과거 사례였다. 1929년 블랙 먼데이와 1970년대 초 주식 시장 붕괴는 모두 대규모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 실업률 하락
실업률이 갑자기 떨어져도 경기 침체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대응 방안을 잘 주시해야 한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경기가 좋다는 것 아닌가 할 수 있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관건이다. 실업률이 빠르게 하락하거나 너무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시중 경기가 인플레이션인 것으로 판단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금리 인상폭과 횟수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자칫 경기 침체라는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최근 경기가 호황을 이루고 있다. 경기가 잘 나갈 때 침체를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