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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렌트비 최소 2,000달러 받아
파손시 제작업체 책임보험으로 커버
에어앤비앤, 우버나 리프트 등 주거지나 차량 공유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내가 가진 일부를 남들과 공유해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요즘 영화나 TV드라마 촬영을 위해 집을 단기간 빌려주며 부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필름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더욱 확대되면서 대도시 곳곳에서 영화/드라마 촬영이 봇물을 이루기 때문이다. 인터넷 경제 전문 웹사이트 마켓 워치는 촬영지 대여 비즈니스가 새로운 틈새 부수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퀸스에 사는 매리 달튼의 회색 지붕 주택은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지붕을 수리해야 하고 창문도 요즘 유행하는 이중창문으로 교체해야 하는 등 손봐야 할 데가 한두군데가 아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달튼은 뜻하지 않은 횡재를 만나 그다지 경제 사정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자녀들을 혼자 키우는 달튼은 그녀가 살고 있는 방3개 짜리 주택을 TV 드라마 촬영장소로 대여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녀의 집은 쇼타임의 ‘너스 재키’(Nurse Jackie), HBO의 ‘언투라지’(Entourage), ‘러 앤 오더: SUV’(law & order: SUV) 그리고 네플릭스의 ‘세븐 세컨즈’(Seven Seconds)에 단골로 나온다.
달튼은 집을 촬영지로 빌려줄 때마다 3,000달러가량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돈으로 그녀는 플러밍 수리비 등으로 지출하고 4자녀들을 위한 수영장 비용으로도 쓴다.
달튼은 “렌트를 주고 받는 수입은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정말 큰 도움을 받는다. 매주 페이먼트를 내기도 벅찼다. 마치 신이 보내준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튼이 집이 촬영지로 사용된 계기는 제작 장소를 물색하던 스카우터가 달튼의 집을 선택해 ‘너스 재키’의 촬영장으로 한차례 사용한 후부터다. 이후 같은 스카우터가 찾아와 HBO의 ‘언투라지’ 촬영장로 다시 렌트를 제안했고 이후 달튼의 집은 TV드라마의 단골 촬영 장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제작진들이 달튼의 집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노동자형 ‘블루 컬러’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짭짤한 부수입
집은 부 축적의 수단이라는 말도 있다. 달튼도 개념을 다르지만 주택의 재산 증식을 할리웃 스타일로 바꾸어 부수입까지 올리는 것이다. 달튼처럼 요즘 주택을 영화/드라마 제작 장소로 대여해주고 짭짤한 수입을 오리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촬영 장소로 빌려주고 받는 돈은 제작 규모에 따라 매우 다르다.
작게는 하루 2,000달러에서부터 시작해 1만 달러까지다. 조만간 개봉될 영화 ‘오션스 8’(Oceans 8)의 촬영장을 물색하는 애나 쿠아드라 스카운터는 촬영장이 영화의 주요 배경일 경우에는 1만 달러까지 지불한다고 말했다.
쿠아드라는 뉴욕과 같은 도시들에서 요즘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엄청 늘어났기 때문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요령이 생겨 돈을 더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빌리언스’나 ‘고담’은 1만달러를 줬는데 겨우 5,000달러에 내집을 내 줄 수는 없다는 식으로 모든 사람들이 돈을 더 달라고 손을 내밀 정도로 인기다”고 말했다.
부업으로 집을 영화나 TV 촬영장으로 빌려주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물론 감독의 취향에 맞아야 한다. 이것만 제외하고는 큰 문제는 없다. 일단 집을 빌려주면 이런 정도의 번잡함을 감수해야 한다.
쿠아드라는 “모든 주택소유주들에게 권하고 싶다. 정말 멋지고 똑똑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방법”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그러나 집을 영화 촬영장소로 빌려주는데는 몇가지 알아둬야 할 일이 있다. 일이 꾸준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수입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방 6개짜리 빅토리안 양식의 주택을 대여해 연 수입만해도 1만~5만달러는 족히 올린다. 그의 집은 ‘러플’ 감자칩, 버라이즌, ‘새터데이나잇 라이브’와 같은 광고 모델로도 자주 등장한다. 샤프는 “어디까지나 부수입이지 고정 수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촬영장소로 대여하는 날짜가 연 14일이 넘으면 렌트 수입은 비즈니스 수입을 잡혀 세금을 내야 한다.
□ 파손 걱정 없어
집 주인들은 때로 영화 촬영중 집이 파손 될까봐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설령 파손됐다고 해도 제작사가 충분히 배상해줄 것이다. 촬영을 위한 보험은 집주인이 아니라 제작사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주요 영화사들은 집을 가능하면 좋은 상태로 유지한다. 그래야 좋은 크레딧과 회사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사가 직접 촬영에 사용할 주택을 다른 색깔로 페인트 하거나 보기 흉한 창문 햇빛 가리개를 바꾸는 등 외형 수리를 하기도 한다. 주인이 원치 않으면 예전 상태로 되돌려 놓지만 대부분의 주인은 수리된 상태를 더 좋아한다.
최근 촬영용으로 처음 집을 빌려 줬던 캐롤라인 드브로브너는 제작진들이 매우 조심스럽고 꼼꼼히 집을 사용하는지를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영화사가 촬영에 들어가지 전 집에 있는 가구, 책, 장식품 등 모든 물건의 사진을 찍었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모든 것이 제 위치에 되돌려져 있는지를 확인했다. 드브로브너는 “재미있었다. 집이 고맙고 또 내집을 고맙게 사용하고 또 모든 것에 정성을 쏟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는 것에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드르로브너는 사실 집을 영화 촬영지 리스트에 올려 놓았던 것은 아니다. 에어비앤비에 올려 놓았는데 한 영화 제작자가 보더니 영화 촬영지 제안을 해 왔다. 그녀의 4층짜리 집에는 당구장과 스터디 룸, 도서관등이 갖춰져 있다. 3일 영화 촬영에 3,500달러를 받았는데 에이비앤비 하룻밤 숙박료 550달러보다 훨씬 많았다는 그는 자주 영화 촬영지로 빌려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회학 교수인 드브로브너는 최근 푸에르토리코에 파산으로 그곳 여러곳에 투자했던 돈 대부분을 잃어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였다면서 “그래도 박사학위 이하의 일을 아르바이트로 할 수는 없었는데 집을 이용해 수입을 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김정섭 기자>
대도시에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크게 늘어나면서 집을 촬영지로 빌려주고 부수입을 올리는 주택 소유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HBO의 ‘빅러브’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샌타클라리타 촬영지에서 찍은 모습. <뉴욕타임스 에밀리오 플로리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