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에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마르팡증후군’(Marfan syndrome) 환자가 7년 새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판증후군’으로도 불리는 마르팡증후군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앓은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선천성 발육 이상으로 팔이 무릎까지 내려갈 정도로 길어지는 게 특징이다. 좁고 긴 얼굴, 거미처럼 매우 가늘고 긴 손가락과 발가락, 척추 측만증 등도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환자 중에는 농구 등 운동선수가 많은데, 국내에서는 왕년의 농구스타 한기범씨가 이 질환을 앓았다.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김덕경 교수팀이 대한의학회지(JKMS)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6∼2013년 사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2006년에 인구 10만명 당 0.90명이던 국내 마르팡증후군 유병률이 2013년에는 2.27명으로 2.5배로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10대의 유병률이 눈에 띄게 높았다. 2006년만 해도 10대 환자는 10만명당 4.8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6.4명으로 늘었다. 5∼9세 사이의 유아기 환자는 같은 시기 10만명당 1.3명에서 2013년 2.7명으로 증가했다.
마르팡증후군은 심혈관계 이상에 의한 심부전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대동맥 관련 질환이 환자의 60~80% 정도에서 관찰되며, 심해지면 매우 위험한 합병증인 대동맥 박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수정체 이탈과 이로 인한 탈구, 시력 저하, 망막 박리, 녹내장 등도 마르팡증후군의 합병증이다. 환자의 50% 이상에서 척추의 변형이 동반된다.
이 질환은 1970년대만 해도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평균수명이 32세 정도에 머물렀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적극적인 검사와 조기 치료 덕분에 지금은 수명이 60세 이상으로 늘었다. 부모가 이 질환을 앓고 있으면 우성 유전으로 인해 자식이 이 질환에 걸릴 확률이 70~80% 정도다.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키가 크거나 팔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갈 정도로 길다면 몸이 건강한 상태라 하더라도 일단 질환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