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3월 말이면 도쿄 도심은 거대한 벚꽃 융단으로 덮인다. 도쿄스카이트리를 중심으로 한 마천루 아래 기모노를 입은 아낙들과 인력거꾼이 달리는 400년 전 에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도쿄 북부의 아사쿠사 지역에서 우에노로 이어지는 길목은 과거와 현대, 전통과 모던의 이채로운 감성으로 넘치는 곳이다.
▦에도의 전통 만끽하려면 아사쿠사
도쿄의 전통을 탐미한다면 아사쿠사 지역이 제격이다. 도쿄스카이트리 바로 인근이다. 아사쿠사는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센소지가 위치해 있어 400년 전 옛 에도시대의 정취와 근대의 모습까지 더해 도쿄에서 가장 전통적인 명소로 꼽힌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센소지의 상징인 ‘카미나리몬’이다. 한자로 ‘뇌문(雷門)’이라고 크게 쓰인 붉은 제등이 걸린 이 문은 현대적 도쿄에서 에도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경계다. 카미나리몬을 통과하면 아사쿠사의 최대 명물 나카미세 거리로 이어진다.
나카미세는 과거 센소지를 찾는 참배객들이 공양 물품을 사고 요기를 하던 곳으로 에도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거리 양편으로 빼곡한 상점 구경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부채, 기모노, 도자기, 전통완구 등 공예품과 과자를 비롯한 전통 먹거리까지 갖췄으니 아사쿠사다운 기념품을 찾는 이들이라면 더 없이 좋은 쇼핑포인트다.
나카미세 거리 끝에 다다르면 센소지를 만난다. 628년 창건된 사찰로 에도 초기의 불교양식을 담고 있다. 웅장한 건물 못지않게 본당 앞에서 향을 피우고 기도하는 이들의 행렬도 볼거리다. 얼굴과 몸에 피어 오르는 향의 연기를 쐬면 액운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관광객들에게도 필수코스로 자리잡았다.
아사쿠사에서 보다 일본다운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인력거 체험이 제격이다. 센소지를 중심으로 거리 곳곳에서 검은색 복장의 인력거꾼이 손님을 맞이한다. 도련님이 된 기분으로 인력거에 올라 둘러보는 경험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인력거꾼으로부터 가이드북에는 실려 있지 않은 아사쿠사의 숨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해설은 일본어가 기본이지만 외국인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인 탓에 영어가 유창한 인력거꾼도 많다. 비용은 2인 탑승 기준 15분 코스에 4,000엔(약 4만원) 선이다. 뒷골목에는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 전문대여점도 많아 기모노를 입고 아사쿠사의 거리를 산책하는 색다른 경험을 해 볼 수도 있다.
▦도심 벚꽃놀이 명소 스미다공원과 우에노공원
3월말 도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벚꽃놀이를 놓칠 수 없다. 아사쿠사 주변에는 일본 제일의 벚꽃 명소들이 포진하고 있다. 도쿄스카이트리와 아사쿠사 사이 스미다가와 강변에 자리한 스미다공원은 400년 전 에도시대부터 이어져온 벚꽃 명소로 매년 개화시기에 맞춰 벚꽃축제가 열린다. 640여 그루의 왕벚나무와 산벚나무가 어우러져 강변을 온통 화사하게 밝힌다. 만개한 벚꽃 뒤로 치솟은 도쿄스카이트리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장점이다.
배를 타고 벚꽃놀이를 즐기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지붕이 있는 전통 목조선인 야카타부네(屋形船)와 수상버스로 불리는 유람선을 타면 인파로 붐비는 도심에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밤이면 벚꽃 아래로 경관조명이 켜지고 도쿄스카이트리까지 오색 LED로 빛나 별세계를 연출한다.
이곳에서 약 3km 떨어진 우에노공원도 일본 벚꽃명소 100선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다. 게이세이우에노역에서 도쿄국립박물관으로 이어지는 300m 길을 따라 약 1,000여 그루의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이곳도 야간조명이 붉을 밝혀 밤 벚꽃놀이가 더욱 운치 있다. 우에노공원 인근에는 도쿄국립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 도쿄도미술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올해 도쿄 벚꽃은 3월 22일쯤 피기 시작해 30일경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가 한눈에… 천공의 성 도쿄스카이트리
우에노와 아사쿠사에서 멀지 않은 스미다구에는 전파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쿄스카이트리(634m)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대표 마천루로 등극한 롯데월드타워보다 79m 높고,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도쿄스카이트리의 자랑거리는 단연 전망대 공중산책이다. 도쿄를 까마득한 발 아래 두고 하늘을 산책하는 코스다. 전망대는 지상 350m와 450m 두 곳. 350m 지점에 자리한 ‘천망데크’는 두께 5m가 넘는 대형 유리를 360도로 배치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도쿄도청 전망대(202m), 롯폰기힐즈 전망대(238m)를 압도한다.
천망데크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있지만 ‘에도 일목도 병풍’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에도시대 화가인 구와가타 케사이가 그린 병풍은 당시의 마을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천망데크 아래로 펼쳐지는 현재의 모습과 당시의 그림을 비교하며 400년의 시공간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투명 유리바닥도 스릴 넘친다. 지상 350m에서 수직으로 펼쳐지는 아찔한 장관과 최신 공법의 철골구조물도 세세히 볼 수 있다.
두 번째 전망대는 천망데크보다 정확히 100m 높은 450m 지점에 자리한 ‘천망회랑’이다. 두 전망대는 천망셔틀이라 이름 붙인 투명 엘리베이터로 연결된다. 엘리베이터는 445m 지점의 도착로비까지 운행한다. 이곳부터 전망대 최고 지점까지는 완만한 나선형으로 설계된 110m 오르막길을 걷는다. 동서남북 사방 360도로 도쿄의 구석구석을 조망할 수 있는 구조로 ‘공중산책’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하늘을 바라보는 정원’이라는 뜻의 천망회랑은 외부로 둥근 모양으로 돌출된 튜브 형태다. 당연히 전망 창의 유리 벽에 다가갈수록 짜릿한 스릴도 더해진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스미다공원에 활짝 핀 벚꽃 뒤로 도쿄스카이트리가 위용을 뽐낸다. <도쿄관광랩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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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쿠사 명물인 인력거. <도쿄관광랩서울 제공>
전파탑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도쿄스카이트리. <도쿄관광랩서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