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전망 4회의 절반
인플레 반등 위험 반영
고금리 기조 고착 전망
트럼프 재집권은 변수
18일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도 내년부터 금리 인하 속도를 대폭 줄이겠다는 신호를 명확하게 보냈다. 최근 인플레 둔화세가 연준의 목표 수준 위에서 정체된 데다가 노동시장이 약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연준이 인플레 반등 위험을 감수하고 무리하게 3연속 금리인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FOMC 회의를 앞두고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데 거의 이견이 없었다.
지난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로, 10월(2.6%)보다 반등했지만, 전문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12월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물가·경제 예상보다 양호
반면 월가 일각에선 최근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연준이 금리 인하를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수준인 2%보다 높은 수준에서 정체된 가운데 노동시장 여건도 연준이 우려했던 것만큼 약화하지 않았다는 게 금리 인하 회의론의 주된 근거다.
실제로 11월 들어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로 10월 상승률과 같은 상태에 머물렀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마저 11월 들어 전월 대비 0.4% 올라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자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날 연준이 금리 인하 결정과 동시에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9월 전망 때보다 상향 조정한 것은 금리 인하를 기대해온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금리 인하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을 설득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낸 수정 경제전망에서 2025년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3.9%로 제시했다. 9월 전망에서의 3.4%에서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다. 내년 한 해 0.25%포인트씩 총 4회 금리 인하에서 2회 인하로 인하 폭을 대폭 줄인 것이다.
연준은 또 2026년도 금리 전망 중간값도 종전 2.9%에서 3.4%로 상향했다. 사실상 금리인하 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기업·가계 부담 완화
월가는 내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월가의 기준금리 기조와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FOMC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목표 범위의 추가 조정 폭과 시기를 고려할 때 신규 데이터와 변화하는 전망, 위험의 균형을 신중히 평가하겠다”라고 말하며 ‘폭과 시기’라는 문구를 추가해 이 같은 속도조절 의지를 반영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소비자들은 크레딧카드와 모기지, 자동차 대출 등에서 이자 부담이 완화됐다.
5년 만기 국채 금리 변동의 영향을 받는 자동차 대출 금리는 개인의 신용도, 구매 차종과 가격, 다운페이먼트와 대출 기간 등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모기지 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보다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7%이하로 내려간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는 소폭 내릴 수 있다. 2차 모기지인 홈 에쿼티 론과 홈 에쿼티 라인 오브 크레딧 대출은 기준 금리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기존 연방 학자금 대출자의 금리는 고정 금리여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신규 대출자의 경우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게 된다. 학부생의 경우 대출금에 대한 금리는 4~5%대로 3년 전만해도 평균 3% 미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전 고금리 상황에서 저축자들은 CD와 적금 등에서 높은 예금 이자 혜택을 누려왔지만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이자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CD나 저축 상품의 경우 이자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현 이자율로 락인을 하는 것이 권고된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