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2.5%에 그쳐
근원물가 7월과 같은 3.2%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노동부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 7월 상승률 2.9% 대비해서도 한 달 새 0.4%포인트나 하락하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6%)를 밑돌았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전월과 비교해선 0.2% 상승해 전망치에 부합했다.
주거비가 전월 대비 0.5% 오르며 8월 소비자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이 됐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0.8%, 전년 동기 대비 4.0% 하락하며 8월 CPI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7월 상승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전월 대비해선 0.3% 상승해 7월 상승률(0.2%)보다 더 올랐고, 전문가 예상(0.2%)도 웃돌았다.
근원 물가는 인플레이션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지을 때 상대적으로 더 주시하는 지표다.
근원 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반등하면서 물가 지표 발표 직후 채권 수익률은 상승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이날 CPI 보고서 발표 후인 오전 9시 15분께 3.65%로 전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대비 5bp(1bp=0.01%포인트) 올랐다.
근원 물가 상승률이 더딘 둔화세를 보이면서 연준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50bp 금리 인하)을 단행할 것이란 기대도 대폭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CPI 지표 발표 직후 연준이 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출 확률을 17%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의 34%, 한 주 전의 44%에서 크게 떨어진 것이다.
한편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CPI 지표 발표 후 성명을 내고 “오늘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2.5%로 떨어져 팬데믹이 시작되기 한 달 전 수준에 근접하면서 우리가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에 가까워짐에 따라 그 과정에서 우리가 노동자들을 위해 이뤄낸 역사적인 성과를 지속하는 데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11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이어 오늘(12일)에는 도매물가 지표인 8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내놓는다.
연준의 최근 주된 관심이 인플레이션 억제보다는 고용시장 안정으로 옮겨가긴 했지만 지난 6일 나온 일자리 통계에서 이번 금리인하 폭을 가늠할만한 별다른 단서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주 나오는 2개의 물가 지표가 금리인하 폭 예측에 참고할 수 있는 마지막 지표가 된 셈이다.
씨티그룹의 베로니카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지금 물가 지표는 연준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고용지표에 뒤처져 있다”면서 “하지만 오는 18일 첫 금리 인하 폭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시장과 연준 관계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8월 물가 지표는 금리인하 폭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