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분기 이후 최저
올해 2분기 미국에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91%나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수소연료 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충전소 인프라마저 부족해 운전자들이 겪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기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에 대한 이점이 거의 없다는 점도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원인으로 꼽힌다.
18일 국제수소연료전지파트너십(IPHE)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에서 판매된 수소 연료전지차 판매량은 99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한 수치이며, 수소 자동차가 시장 초기 단계였던 2015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소차 모델은 토요타 ‘미라이’와 현대 ‘넥쏘’ 등 2가지다. 토요타 미라이는 올 2분기에 73대가 팔려 전년 대비 93%나 급감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 넥쏘는 단 26대가 팔려 판매량이 전년 대비 35% 줄었다.
수소차 시장은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수소차 판매량은 총 322대로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수소차의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수소 가격마저 높아 유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업체 쉘은 지난 2월 캘리포니아에 구축한 자동차용 수소충전소 7곳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쉘은 지난해 8월 수소충전소 중 5곳의 운영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 수소 충전 비용은 2022년 ㎏당 13달러에서 2024년 36달러로 치솟은 상태다. 이와 함께 최신 전기차의 고속 충전에 비해 주행 거리나 충전 시간 측면에서 이점이 거의 없다고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EV는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이 소유한 회사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수소를 자동차에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라며 “수천배의 적재량이 필요한 로켓연료에 쓰일 때에만 수소는 효용성이 있다”고 비꼬았다.
올 하반기 혼다는 플러그인 기능을 갖춘 2025년형 CR-V 수소차 모델로 틈새시장에 합류할 예정이지만, 차량은 임대 형태로만 판매되며 ‘연간 300대’ 생산이라는 제한된 조건이 붙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올 2분기 말 현재 미국에서 수소 연료전지 차량의 누적 판매량은 1만8,000대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토요타의 미라이가 1만4,000대 이상 팔렸으며, 이는 전체 판매량의 79%를 차지하는 수치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