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시론] 지팡이를 짚으세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25 16:46:32

시론,윤여춘 전 시애틀지사 고문,지팡이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얼마 전 서울에 나갔을 때 고교동창 8명과 점심을 먹었다. 팔순이 낼모레인 할아버지들이었다. 꼴찌로 식당에 도착한 녀석이 지팡이를 짚고 쩔뚝거리며 들어왔다. 좌골신경통이란다. 방송기자로 30여년을 뛰어다니며 건각(健脚)을 자랑했던 친구다. 식사 후 한 친구와 근처 여의도공원을 처음으로 산책하면서 나도 평생 기자였지만 아직 지팡이를 짚을 때는 안됐다고 자위했다.

지난주 옛 사우와 오랜만에 통화했다. 목소리가 여전히 카랑카랑했다. 편집국 요직을 일찌감치 두루 거쳤고 은퇴 후에도 커뮤니티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며 한인이민사, 독립운동사, 한반도통일문제 등에 관해 수십 권의 책을 쓴 노익장 언론인이다. 뜻밖에도 그는 요즘 허리와 다리 통증이 너무 심해 방안에서 꼼짝 못한다며 부득이 외출할 때는 지팡이를 짚고 나선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팔순을 넘긴 후 팔다리 힘이 놀랄 정도로 약해졌다. 지난 3월 아내와 함께 동네 마켓에 갔다가 주차장 칸막이 블록에 발이 걸려 개구리처럼 나동그래졌다. 예전처럼 잽싸게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얼굴과 손에 작은 생채기가 나고 안경도 땅에 떨어져 유리 하나가 빠졌다. 낯선 쇼핑객이 친절하게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줬다. 고마웠지만 참으로 서글펐다.

하지만 나만 서글픈 건 아니다. 미국에선 매년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넘어진다.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지난 2020년 144만명이 낙상했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27%에 해당한다. 비가 자주 오는 워싱턴주에선 31%, 빙판길이 많은 알래스카주에선 38%가 넘어졌다. 전국적으로 한해 300여만명이 넘어져서 병원 응급실에 실려 오고 그 중 100만여명이 입원치료를 받는다.

한국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65세 이상 노인들 중 거의 16%가 연간 두 번 이상 낙상사고를 겪으며 이들 중 65%가 입원치료를 받는다. 입원환자들 중 여자가 남자보다 3배나 많다. 골다공증이 여성 중에 더 흔하기 때문이다. 전체 입원환자 중 과반수가 2주 이상 치료받는다. 두드러진 낙상이유는 ‘미그러져서’(26.4%)와 ‘다리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아서’(20.1%)이다.

젊은이와 달리 노인 낙상사고는 흔히 골절, 뇌진탕 등 무서운 후유증을 유발해 죽음을 재촉한다. 가볍게 넘어져도 뼈가 부스러지기 일쑤다. 2020년 캘리포니아에서만 2,347명이 낙상사고로 숨졌다. 노인 10만명당 43명꼴이다. 특히 엉덩이와 넓적다리를 연결하는 고관절 뼈가 깨진 낙상환자들은 사고 후 1년 안에 5명 중 1명꼴로 사망한다고 연방 질병예방센터(CDC)가 경고했다.

뼈가 부러져 누워만 지내면 신체기능이 급격하게 퇴보한다. 근육이 줄어들고 욕창이 생기며 심폐기능이 떨어져 폐렴 같은 질병에 쉽게 감염된다. 폐렴으로 죽는 노인이 많은 이유다. 한번 넘어지면 또 넘어질까봐 안 움직이려 들고 그에 따라 신체기능이 더 약화돼 결과적으로 더 잘 넘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넘어지는 날이 죽는 날”이라는 노인들의 경구가 괜한 말이 아니다.

지팡이를 짚으면 낙상사고를 줄일 수 있다. 힘 빠진 두 다리를 보완해주는 제3의 다리다. 전문가들은 한눈팔거나 주머니에 손 넣고 걷지 말 것, 욕조 벽에 손잡이 대를 설치할 것, 미끄럼방지 신발을 신을 것 등과 함께 지팡이를 짚을 것을 예방책으로 꼭 권고한다. 하지만 노인들은 십중팔구 지팡이를 마다한다. 내 장모님도 생전에 그랬었다. 시쳇말로 “쪽 팔린다”고 생각한다.

동갑내기 조 바이든 대통령을 볼 때마다 아슬아슬하다. 그가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올 때 다리가 휘청거려 보인다. TV에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 비춰지면 표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터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넘어지면 아예 끝장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휠체어에 앉아서도 4선을 연임했다. 그나저나, 나도 다음에 서울에 나갈 때는 지팡이를 짚고 친구들을 만날 것 같아 씁쓸하다.

<윤여춘 전 시애틀지사 고문>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범죄 도시 4순위에 올라
애틀랜타, 범죄 도시 4순위에 올라

애틀랜타, 사기·신원 도용 신고 가장 많아라스베이거스, 범죄 도시 1순위에 놓여 월넷 허브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도시 순위를 발표했다. 종합점수는 분노·증오 범죄와 부도덕 등의

겨울 폭풍주의보와 폭풍경보의 차이는
겨울 폭풍주의보와 폭풍경보의 차이는

겨울 폭풍주의보가 심각하면 폭풍경보 국립 기상청은 금요일인 10일 아침 7시부터 토요일 오전 7시까지 조지아 북부와 애틀랜타 도시권에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겨울 폭풍 주의보

카바나, 애틀랜타 경매센터 대폭 확장
카바나, 애틀랜타 경매센터 대폭 확장

차량정비 포함 메가사이트로신규인력  200명 추가고용도 유명 중고 자동차 매매업체인 카바나가 애틀랜타 경매센터를 차량 정비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메가사이트로 전환하고 대규모 추가인력

조지아 주민 3명 중 2명  스포츠 도박 합법화 지지
조지아 주민 3명 중 2명  스포츠 도박 합법화 지지

ATL 상의 여론조사···63% 찬성 조지아 유권자 3분의 2가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UGA는 최근  메트로 애틀랜타 상공회의소 의뢰를 받아 실시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현대 메타플랜트 공업용수 분쟁 전격 합의
현대 메타플랜트 공업용수 분쟁 전격 합의

경제개발 당국과 환경단체 합의지하수 사용 25년→15년 단축해사바나강 용수 채취 시스템 가속  현대자동차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인 메타플랜트에 지하수를 이용한 공업용수 공급에 대한

아마존, 애틀랜타에 초대형 데이터 센터
아마존, 애틀랜타에 초대형 데이터 센터

110억 달러 투자∙∙∙ 버츠∙더글라스에“자원소비 크고 고용효과 적다”반대도 아마존이 애틀랜타 인근 지역에 조지아 역대 최대규모의 돈을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다. 그러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