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캐서린 램펠 칼럼] 코스코, 미국이 지금 필요로 하는 '영웅'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17 17:56:18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코스코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코스코를 찬양하라. 코스코는 현 시점에서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영웅’이다. 

대형 두루말이 화장지 꾸러미와 저렴한 가스비로 널리 알려진 창고형 쇼핑클럽이 최근 중대발표를 내놓았다. 코스코의 명물인 핫도그-소다 콤보 가격을 40년전과 동일한 1달러50센트로 유지한다는 ‘깜짝 선언’이다.   

미국인들은 집단적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소셜미디어는 소비자들이 쏟아낸 환호와 칭찬 세례로 넘쳐났다. 정치적 양극화와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인 소비자들이 녹초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40년 전에 책정된 핫도그 + 소다 가격을 변함없이 유지하겠다는 코스코의 선언이 나오자 정치권도 칭찬 릴레이에 합세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코스코를 대기업들의 죄를 대신 져야할 ‘희생양’으로 간주한다. ‘거대’ 기업에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부정적 인식 탓이다. 최근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서추세츠)은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공룡 기업”의 대표주자로 코스코를 지목했다. 그러나 워런 의원의 주요 증인으로 청문회에 나온 브루클린의 한 고급 식료품점 소유주는 “코스코가 소비자들에게 제값을 받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아군에게 총질을 하는 듯한 증언을 했다.       

지난주 코스코 때리기에 가세한 다른 좌파그룹들은 ‘탐욕’으로 가득 찬 이 회사가 “불필요하게 미국인 가정을 쥐어짜고 있다”고 비난했다. 낮은 가격을 표방하는 코스코가 여전히 큰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추가 가격인하를 해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코스코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그건 현실파악 능력이 완전히 결여됐음을 보여줄 뿐이다. TD 코웬의 매니징 디렉터인 올리버 첸에 따르면 코스코는 상품의 가격 마진을 좁게 책정한 대형 소매점들 가운데서도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으로 유명하다. 코스코가 사이비 종교집단의 광신도들에 비견할만한 열혈 추종자 무리를 거느리는 이유다. 얼마 전 득남한 한 경제전문가는 필자에게 코스코 입구에서 찍은 가족사진을 보냈다. (사진 뒷면에는 “우리 가족과 코스코는 지금까지 삶의 모든 여정을 함께 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필자가 참석한 결혼식의 새내기 커플은 성혼서약서에 코스코를 등장시켰다. (“당신이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다면 당신을 휠체어에 태워 코스코 매장을 누비고 다닐 것임을 굳게 서약합니다.”) 

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코스코 전도사다. 부분적인 이유는 그곳의 통닭구이에 빠졌기 때문이다. (단돈 4.99달러에 불과한 통닭구이는 그 존재 자체가 문화 현상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코스코가 자본주의의 경이로운 표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스코는 뭐든 다 있는 ‘만물상’이다. 상품의 품질도 좋고 가격 역시 입이 쩍 벌어질 만큼 싸다. 그곳에는 96인분짜리 초대형 시트 케이크, 8피트짜리 곰돌이 인형, 순금 골드 바, 장례용 관외에 거대한 공기주입식 바다뱀까지 골고루 갖추어져있다. 와규 소고기, 평생 먹고 남을 정도의 치즈 스트링은 물론 다이아몬드 귀걸이도 살 수 있다. 한마디로 코스코는 시중에 판매되는 거의 모든 상품을 한곳에 쌓아놓은 거대한 창고다.   

요즘 소셜미디어에는 코믹한 코스코 ‘기원 설화’가 나돌고 있다. “코스코 창업주가 이르시되 그곳에 핫도그와 검안의가 있게 하라 하시니 그대로 되었더라.” 그렇다. 코스코의 핫도그는 레전드다. 회사의 수익을 좀먹는 주범이긴 하지만 핫도그는 소비자들이 코스코에 갈 때마다 경험하는 가치의 상징이자 홀세일 클럽의 연 회비가 왜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설명해주는 이유다. (이윤 폭이 워낙 좁기 때문에 코스코가 올리는 수익의 대부분은 멤버십 회비에서 나온다.)

코스코 고객들의 소득 수준이 다소 높은 쪽으로 기울어져있지만 다른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다양성을 보인다. 소비자분석 전문업체인 뉴머레이터에 따르면 코스코의 고객 가운데 인구에 대비한 아시안과 히스패닉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전반적으로 이민자들은 코스코에 열광한다. 거대한 매장과 선반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온갖 상품들이 현기증 나는 풍요를 좀처럼 접하지 못했던 많은 이민자들의 눈에 경이롭게 보이기 때문일 터이다.     

뉴머레이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레오 펠러는 코스트코 체인이 “아메리칸 드림의 완벽한 본보기”라고 설명한다. “브라질에서 처음 이민왔을 때, 우리 가족은 코스코에 압도됐다. 브라질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 디즈니랜드와 코스코다.” 

물론 코스코에도 한계가 있다. 코스코는 다양한 범주의 상품을 제공하지만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 개별 상품의 옵션은 기껏해야 2-3개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표준형 토스터와 그보다 약간 고급스러운 브랜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욕조 매트는 푸른색과 흰색 단 둘 뿐이다. 다양한 모델이나 색상의 제품을 원한다면 코스코가 아닌 다른 소매점으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포장상품의 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에 무엇을 사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650평방피트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두루말이 화장지와 키친타월 패키지 등 코스코에서 구입한 엄청난 부피의 ‘종이제품 꾸러미’를 놓아둘 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낄 정도다.   

코스코는 직원 처우가 양호한 기업으로 정평이 났다. 이런 이유로 코스코는 한때 민주당 정치인들의 총애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도 다른 많은 정치인들이 그랬듯 코스코 건물을 배경삼아 사진촬영을 했다. 종종 ‘수퍼스토어’라 불리는 코스코는 종업원들에게 높은 임금과 후한 베니핏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고, 소비자들 사이에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는 점에서 ‘모범 기업시민’으로 간주된다. 지난 2013년 코스코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직원을 제대로 대우하는 것은 “해당 기업뿐 아니라 미국 전체에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코스코는 오바마가 밝힌 컨셉의 구현체다. 

오바마 시절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단순한 시기였다. 지금처럼 극렬한 국가적 반목의 시기에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쳐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하나의 미국적 가치를 한 목소리로 찬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모든 미국인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합의’(a really good bargain)를 추구하는 것이다.

 

null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범죄 도시 4순위에 올라
애틀랜타, 범죄 도시 4순위에 올라

애틀랜타, 사기·신원 도용 신고 가장 많아라스베이거스, 범죄 도시 1순위에 놓여 월넷 허브에서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도시 순위를 발표했다. 종합점수는 분노·증오 범죄와 부도덕 등의

겨울 폭풍주의보와 폭풍경보의 차이는
겨울 폭풍주의보와 폭풍경보의 차이는

겨울 폭풍주의보가 심각하면 폭풍경보 국립 기상청은 금요일인 10일 아침 7시부터 토요일 오전 7시까지 조지아 북부와 애틀랜타 도시권에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겨울 폭풍 주의보

카바나, 애틀랜타 경매센터 대폭 확장
카바나, 애틀랜타 경매센터 대폭 확장

차량정비 포함 메가사이트로신규인력  200명 추가고용도 유명 중고 자동차 매매업체인 카바나가 애틀랜타 경매센터를 차량 정비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메가사이트로 전환하고 대규모 추가인력

조지아 주민 3명 중 2명  스포츠 도박 합법화 지지
조지아 주민 3명 중 2명  스포츠 도박 합법화 지지

ATL 상의 여론조사···63% 찬성 조지아 유권자 3분의 2가 스포츠 도박 합법화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UGA는 최근  메트로 애틀랜타 상공회의소 의뢰를 받아 실시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현대 메타플랜트 공업용수 분쟁 전격 합의
현대 메타플랜트 공업용수 분쟁 전격 합의

경제개발 당국과 환경단체 합의지하수 사용 25년→15년 단축해사바나강 용수 채취 시스템 가속  현대자동차의 조지아 전기차 공장인 메타플랜트에 지하수를 이용한 공업용수 공급에 대한

아마존, 애틀랜타에 초대형 데이터 센터
아마존, 애틀랜타에 초대형 데이터 센터

110억 달러 투자∙∙∙ 버츠∙더글라스에“자원소비 크고 고용효과 적다”반대도 아마존이 애틀랜타 인근 지역에 조지아 역대 최대규모의 돈을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설한다. 그러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