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뉴스칼럼] 카탈리나의 사슴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04 13:59:47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노천명, ‘사슴’), 사슴들이 모가지를 잔뜩 움츠려야 했던 사건이 있었다. 남가주의 인기 휴양지 카탈리나 섬의 사슴들이 집단 떼죽음을 당할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그렇다고 떼죽음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세인트 카탈리나 아일랜드가 공식 지명인 카탈리나 섬은 LA 근교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이다. 롱비치 선착장에서 한시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태평양 한가운데 조용하고 매혹적인 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닥이 보이도록 맑은 바닷물,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석양, 쏟아져 내릴 듯 하늘 가득한 별들, 거기에 어디를 가나 마주치는 야생 사슴 등.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천혜의 휴양지이다.

그런데 평소 평화로운 이 섬이 지난 몇달 몹시 시끄러웠다. 문제의 주인공은 사슴. 섬의 고유한 생태계 보존을 위해 사슴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섬 보존위원회 측과 “사슴은 섬의 문화와 역사의 일부”라는 주민들이 격렬하게 대치했다.

카탈리나 섬에 서식하는 사슴은 노새사슴(mule deer)이다. 귀가 노새의 귀처럼 커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아메리카 서부에 서식하는 종으로 천적은 퓨마, 늑대, 곰. 이들 천적이 카탈리나 섬에는 없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이들이 섬 고유의 희귀종 식물들을 마구 먹어치우면서 생태계 교란을 초래하고 있다.

카탈리나 섬의 88%를 소유한 비영리단체, 카탈리나 섬 보존위원회는 사슴을 없애는 것만이 섬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사슴들로 인해 섬 고유 식물들이 사라지고 외래종이 퍼지면서 산불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섬의 생태계를 보존하고 안전하게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면 사슴을 모두 죽이는 수밖에 없다고 보존위원회는 주장한다.

4,000여 주민들 중 상당수는 사슴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한데 더 더욱 이들을 격분하게 한 것은 사슴을 죽이는 방법. 보존위원회는 저격수들을 헬리콥터에 태우고 섬을 돌며 AR-15 스타일 공격용 라이플로 2,000마리 정도 되는 사슴들을 일일이 쏘아 죽이는 플랜을 세우고 지난 가을 관계 당국에 승인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너무도 비인도적이라며 즉각 반대 청원 운동을 전개했다. 공중에서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광경이며 도처에 사슴 시체들이 널려있을 광경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것이다.

카탈리아 섬 사슴 살리기 연맹 등 주민단체들은 섬 주민뿐 아니라 동물보호단체들의 호응을 얻어 수만명의 서명을 받아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에 제출했다. 위원회는 지난 4월 만장일치로 사슴 공중 사살 반대 결정을 내리고 가주 어류 및 야생국에 관련안 승인을 거부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결국 지난 주 카탈리나 섬 보존위원회는 한발 뒤로 물러났다. 헬리콥터 동원 사슴 사살안을 백지화하고 다른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파른 협곡 구석구석에 서식하는 사슴들을 모두 포획해 섬 밖으로 내보낼 수도 없고, 담장을 쳐서 가둘 수도 없으니 공중사살이 최선이라는 입장은 바꾸지 않고 있다.

사슴들은 억울하다. 사슴들이 제 발로 섬에 온 게 아니었다. 섬 당국이 사냥관광 육성을 위해 100년 전 사슴 18마리를 들여와 섬에 풀어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 즈음 들소, 돼지, 염소도 들여왔는데, 이후 숫자가 많아지자 돼지와 염소는 모두 없앴고, 들소는 불임 시켜 숫자를 줄였다. 이제 사슴 차례이다. 누가 이 모두를 초래했는가. 생태계 교란과 환경파괴의 주범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인간적 대우 만연, 풀턴카운티 구치소 현실

비위생적 환경과 과도한 무력 사용풀턴 카운티 구치소 내 폭력 증가  풀턴 카운티 구치소 수감자들이 영양실조 및 폭력 등의 문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 관리국은 풀턴 카운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자동화 물류 센터 조지아에 입성...'300개 일자리' 창출

조지아, 자동화 물류 혁신의 중심지로 부상1억 4,400만 달러 투자...2025년부터 운영  AI 기술을 통한 자동화 물류 서비스 센터가 조지아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린박스 시스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에 조지아 관련 당사자 반응 제각각

주정부 “별 영향 없을 것”무시현대차 “사업계획  차질”우려리비안 “수혜모델 없어” 덤덤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로이터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뺑소니 사망사고 낸 아마존 배달원 기소

차량서 마약도 발견돼 12일 저녁, 체로키 카운티에서 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아마존 배달원 런던 베스트(남, 24세)가 기소됐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조지아 출신 콜린스, 트럼프 내각 보훈부장관 지명

전 주, 연방하원의원 역임해 트럼프 열열한 지지자 활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14일 조지아주 게인스빌 출신의 더그 콜린스(Doug Collins) 전 연방하원의원을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샘 박 의원 민주 원내총무 다시 한번

조지아 민주당 차기지도부 선출5선 박의원,경선 끝에 연임성공  조지아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에  샘 박<사진> 의원이 연임됐다.조지아 민주당은 14일 비공개 회의를 통해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조지아도 ‘꽃매미’ 경계령

지난달 풀턴서 성충 발견강력한 생태계 교란해충농작물 등에 심각한 위협 조지아 전역에 강력한 생태계 교란종인 흔히 중국매미로 불리는 꽃매미 경계령이 내려졌다.조지아 농업부는 지난달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부고〉전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 김용건 박사 별세

8일 별세, 30일 11시 추모식 한미장학재단 남부지부 회장을 역임한 김용건 박사(사진)가 지난 8일 애틀랜타 남부지역 존스보로 소재그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5세.1928년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우수 리터러시 교육 귀넷 학교 12곳 선정

리터러시 교육, 학생들 삶의 초석 다진다학생들의 읽기와 이해력 향상에 기여 조지아 교육부(GaDOE) 2023년부터 올해의 우수 리터러시 교육 학교에 귀넷 카운티 12곳 학교가 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