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중국계 공장 수십곳이 방화로 불에 타는 등 반중감정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쿠데타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사실상 군부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시위대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미얀마 수도 양곤에 있는 중국계 공장 32곳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공장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내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직원 2명이 부상했지만, 다행히 숨진 사람은 없었다. 피해 공장은 중국 기업이나 중국과 미얀마 합자기업 소유로, 대부분 의류 관련 공장이라고 중국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 이후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쿠데타를 비판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미얀마에 대해 ‘대화와 협상’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쿠데타 규탄 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대는 중국을 군부의 ‘뒷배’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는 결국 계엄령을 선포했다. 진압 과정에서 중국 공장이 불타자 총을 난사해 최소 30명을 살해한 뒤 내린 조치다.
시민들의 반중 정서를 악용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군부의 고의 방화라는 설에 무게가 실린다. 군경은 화재 직후 공장 인근 시위대에 실탄을 난사했다. 최소 30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단일 시위 현장 인명 피해로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최다 규모다. 현지 시민불복종운동(CDM)본부는 전날 양곤 다른 지역에서도 군의 총격으로 30여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군부는 전날 밤 11시쯤 국영방송을 통해 흘라잉타야 등에 계엄령을 전격 선포했다. 군부가 쿠데타 직후 야간 통행금지 등을 담은 ‘제한조치 144조’를 발동한 적은 있지만 계엄령을 발동한 건 처음이다.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공장 화재는 시민에 의한 게 아니라 폭력배를 동원해 계엄령 명분을 쌓으려는 군부의 고의 방화라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군경이 화염병을 공장 방향으로 던졌다”는 시민 주장을 입증하는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일각에선 방패와 물병이 전부였던 희생자들 사진을 올리며 “쇠파이프와 도끼를 든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공장을 습격해 불을 질렀다”는 중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