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태어나 중요한 발달단계 거친 아이들이 코로나 세대 핵심"
부모들 "친구들 만나게 될때 어찌될지 궁금"…전문가 "기술이 삶의 큰 비중 차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 속에서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고 고립된 채 유년기를 보낸 '코로나19 세대'(Gen C)가 등장했다고 CNN 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출현해 빠르게 퍼지면서 자택 대피와 봉쇄 조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이런 사태가 금세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재앙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사태가 일시적일 것 같던 순간은 어느새 사라졌고, 이제 문제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특정 세대를 규정할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가 됐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몰고 온 거대한 지각 변동으로 미래의 삶에 두고두고 파급 효과를 입을 새로운 세대를 일컬어 'C 세대' 또는 '코로나 세대'란 새로운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의 주제탐사 책임자 하임 이즈리얼은 지난해 이처럼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예고한 보고서로 주목받았다.
이즈리얼은 "코로나19는 인류사에서 엄청나게 큰 메가 이벤트"라며 "그것은 이 세대를 가장 강력하게 규정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세대란 용어는 팬데믹 초기부터 언론 보도 등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즈리얼 같은 투자 분석가나 아동권리 옹호단체 등에서도 이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 세대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즈리얼은 코로나 세대를 2016년부터 2030년대 중반에 태어난 어린이로 분류했다. 현재 벌어지는 변화가 너무도 극적이어서 팬데믹이 끝난 뒤 태어날 아이들까지도 삶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한 고위 고문은 모든 어린이, 특히 인생의 전환기에 영향을 받은 아동들을 포괄해야 한다고 CNN에 말했다.
한 사회학 교수는 대학생들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했고, 한 정신건강 전문가는 7∼9세의 어린이들이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팬데믹 기간에 태어나 지금 중요한 발달 단계를 거치고 있는 어린이들이 이 세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고 CNN은 전했다.
유니세프의 수석 보건 고문 제니퍼 리케호는 "(태어나서) 첫 1천일이 발달에 대단히 핵심적"이라며 "각국이 어린이들의 인생에서 이 예민한 시기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학교와 상점들이 막 문 닫기 시작한 직후 아들을 낳은 베카 스트라우스는 집에서 아이에게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치려 노력해왔지만 자기 아들처럼 태어난 뒤로 줄곧 고립돼 지내온 아이들이 갑자기 더 큰 세상에 나오게 됐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스트라우스는 "동네 아이들이 마침내 모이게 됐을 때 어떨지 궁금하다"며 아이들이 '이 많은 애들은 누구지? 난 뭘해야 하지? 어떻게 다가가서 같이 놀아야 하지?'라며 궁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6살과 3살짜리 아들을 둔 내털리 샌체즈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시 나가게 됐을 때 압도당할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샌체즈는 "내 두려움은 아이들이 점점 더 반(反)사회적이 돼간다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나도 내 안에서 그걸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시작됐던 코로나19 상황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정신건강 위기로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9·11 테러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등이 어린이들에게 끼친 영향을 연구해온 플로리다국제대학의 심리학·정신의학 교수 조너선 코머는 "이 세대의 전반적인 특징이 무엇일지, 장기적으로 이 세대의 정신건강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코머 교수는 다만 "보편적으로 성격이나 인격에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왜냐하면 이 시기의 짐들은 공평하게 나눠서 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세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더 기술 친화적이고, 기술이 삶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즈리얼은 코로나 세대는 집의 안락함을 누리며 세계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보고서에서 "C 세대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기술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이라며 "그들의 아바타(분신)는 온라인 세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최신 문화 운동에 대해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