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안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만으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과대학 등 각국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족제비 일종인 페럿 6마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 스프레이를 코에 뿌린 결과 감염률이 0%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가 담긴 논문은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org)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1∼2일 전 코로나19에 감염된 페럿과 그렇지 않은 페럿을 각각 1마리씩 같은 우리에 넣고 24시간이 지난 뒤 검사한 결과 코에 스프레이를 뿌린 페럿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반면 플라시보(가짜 약) 그룹의 페럿은 감염됐다고 전했다.
이에 연구진은 "바이러스 복제가 완전히 차단됐다"고 설명했다.
만약 인간이 이 스프레이를 뿌렸을 때도 동일한 감염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면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다만 이번 실험은 동물을 대상으로만 진행됐으며,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논문 검토 단계가 남아 있는 상태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스프레이의 핵심은 단백질로 형성된 콜레스테롤 입자인 특정 '리포펩타이드'다.
이 리포펩타이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돋아나 있는 단백질 스파이크의 성분과 일치한다. 단백질 스파이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침투시키기 위해 인체에 달라붙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유전물질(RNA)을 침투시키기 위해서는 인체에 달라붙은 단백질 스파이크의 아미노산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져야 하는데, 이때 성분이 비슷한 리포펩타이드가 한쪽 갈래에 달라붙어 결합을 방해한다.
이번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인 마테오 포로토 컬럼비아대 미생물학자는 이를 두고 "마치 지퍼를 채우려 하는데 다른 쪽에 맞지 않는 지퍼를 넣어 원래 지퍼가 맞물루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앤 모스코나 컬럼비아대 미생물학 박사는 "리포펩타이드는 한 번 뿌리면 24시간 지속된다"면서 "독성이 없고 안전한 데다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스코나 박사는 또 "가루 형태로 운반할 수 있어, 보급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