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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숨결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19 08:17:25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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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숨결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전율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정류장을 거의 앞두고 버스가 먼저 정차할 때 손을 흔들며 쫓아가 간신히 탑승했다.

숨을 헐떡이며 기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전망이 좋은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다. 

한순간 버스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 노선의 번호를 확인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직선 노선의 버스를 놓쳤으니 다음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좋을 것 같았다.

우회해도 조금 늦게 환승센터에 도착하므로 지장이 없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느긋해졌다. 

버스가 인디언 트레일 로드를 향해 지나가는 길목의 주택가는 서민의 삶이 어린 동네였다.

도로명처럼 옛 체로키족 인디언의 이동 통로였었던 것 같다.

이민 생활 초기에 아내와 함께 늘 이른 아침에 큰 상가 주차장을 청소하기 위해 다니던 길목이었다. ‘추억의 숨결’이 깃든 이곳을 지나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지금 이곳의 집들은 거의 리모델링 하여 중산층의 깨끗한 주택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환경 미화 작업으로 보도블록도 새롭게 깔고 도로분리 방지 턱도 튼튼하게 쌓아 올렸다.

주택가 중심을 서행하는 버스 정류장에서 차에 오르고 내리는 흑인, 멕시코 남녀 근로자들은 파트 타임 근로자들이다.

가까운 여러 구역을 돌아가며 대로변 정류장에서 근로자들을 태워 달리는 기사는 익숙 능란해 믿음직스럽고 노련미가 넘쳤다.

그해 가을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이곳 리 모델링 한 가정집을 청소하는 기회가 있었다. 

마당에는 큰 밤나무가 있어 많은 밤이 떨어져 널려있었다. 밤알이 굵고 탐스러워 보였다 

두 해 가을에는 떨어진 밤을 많이 주워서 삶아 냉동실에 저장했다가 간식용으로 즐겼다. 

이민 오기 전 서울에서 새벽에 동생이 살고 있던 용인까지 달려가 밤나무 많은 야산에서 밤을 줍던 추억이 새롭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도 아내의 강인한 정신력과 적극적인 삶의 태도는 부지런하고 열정적이었다. 매사에 일 처리하는 방법은 빈틈이 없으며 올차고 야무졌다. 

밤을 줍는 같은 시간에도 언제나 아내는 나의 두 배의 수확량에 이르렀다. 

아내의 억척스러움에 밤 수확량은 교회의 목장 모임 때 푸짐한 간식거리로 소문이 났었다. 

다른 목장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아내는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고 쉽게 처리하는 능력을 지녔다.

교회 공동체에서 옷소매 걷어붙이고 음식을 장만할 때에 섬세하고 맛깔스러운 손맛을 냈었다.

아내가 정성 들여 만드는 음식은 한, 중, 일, 양식은 정갈스럽고 신선했다. 

언제나 아내는 대인 관계에서 부드러운 미소와 상냥함으로 대하지만 말 수는 적었다.

그러나 평소에 다소곳한 모습과 달리 노래방에 갔을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은 음감과 가창력이 뛰어나고 노래의 리듬을 잘 타며 부드럽게 스텝을 밟는 춤사위는 우아했다. 

노래 부를 때의 황홀한 표정과 유연한 제스처는 가히 일품이었다.

경직된 사회 현실에서 삶의 숨결이 거칠어지는 순간에도 아내는 언제나 부드러운 숨결로 희망과 기쁨을 노래했다. 

항상 환한 햇살 같은 삶의 희망을 노래하면서 고달픈 생활에 끊임없이 활기를 불어넣었다.

노래는 인간 본연의 순수함을 회복하는 카타르시스이며 재창조의 원동력임을 아는 것 같다.

아내가 즐겨 부르는 곡들은 감미로운 발라드풍의 가요이지만 때로는 격정적으로 혼신을 다해

부르는 곡들이다. 나훈아의 <갈무리> 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우리 만나요> 패티 김의 <가시나무 새> 최유나의 <흔적> 등이다.

아내는 특유의 감성을 살려 짙은 호소력으로 사랑의 감정을 애틋하게 노래한다.

노래하는 기쁨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인간 영혼과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하지 않는가?

아내는 노래하는 것만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삶의 진정한 기쁨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지금 지난날의 삶의 환희와 사랑의 맑은 숨결이 살아나는 순간을 맞고 있다.

오늘 삶의 숨결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지난 시절 아내와 함께했던 삶의 여정을 떠올리고 있다. 

앞으로 그 시절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여러 곳을 찾아갈 생각에 마냥 가슴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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