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이규 레스토랑

[특파원 칼럼] ‘딥시크 모멘트’그 이후가 더 무섭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3-21 12:08:06

특파원 칼럼,김광수,서울경제 베이징특파원,딥시크 모멘트 이후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최근 한국에서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중 관계 개선을 계기로 이르면 상반기 중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중국에서 볼 수 있고 콘서트까지 열리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해 한중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면 획기적인 조치가 따르지 않겠냐는 바람도 흘러 나온다.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 내부의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러한 관측이 어렵다는 데 힘이 실린다. 최근 들어 확산하고 있는 한한령 해제 전망은 양국 민간 문화계의 교류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그 자체는 팩트지만 중국은 민간이 움직인다고 해도 정부에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 구조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 역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류 콘텐츠가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드라마 및 영화 한두 편 정도가 허가를 받고 지난해 콘서트도 열렸지만 한한령 해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섣부른 기대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더구나 최근 상황은 외려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부정선거 의혹과 대통령 탄핵 배후 세력 등으로 중국이 지목되면서 한국 내 중국에 대한 반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중국 내 여행 업계에서는 한국 여행을 자제하라거나 단체 여행 비자가 금지됐다는 루머가 퍼질 정도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돌풍을 일으킨 지 50여 일이 지났다. 딥시크뿐만 아니라 알리바바·바이두·바이트댄스 등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는 물론 신생 AI 기업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신기술을 쏟아내며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딥시크 모멘트’는 단순히 표면적 성과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 잠재된 중국의 거대한 힘, 그리고 그러한 힘을 축적하기까지 과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중국 정부의 장기적인 목표 아래 차근차근 쌓아올린 기술 육성의 결과물이 이제서야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집권 세력이 바뀔 때마다 정부 정책이 180도 뒤바뀌는 것과 달리 공산당 1당 체제로 5년 단위의 국가 경제발전 방향을 수립하고 이를 꾸준히 유지해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뒷맛은 더욱 쓰다. 특히 올해로 10년을 맞은 ‘중국제조 2025’이야말로 중국 테크 굴기를 달성하는 촉매제가 됐다. 일찌감치 10대 중점 분야를 육성해 세계 최대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고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인재를 키우고 기술과 인프라에 투자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딥시크’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지만 거버넌스 부족과 정책 일관성 결여, 미약한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주재 특파원으로서 문제를 하나 더 꼽는다면 중국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사소한 것이라도 약점을 잡아내는 풍토가 만연하다. “한국 사회와 언론들이 중국의 거대한 잠재력과 성과는 백안시한 채 개인정보 보호 이슈나 가성비 논란 등 단편적인 현상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주중대사관 관계자의 지적이 뼈아픈 이유다.

 중국의 기술력을 언급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초격차 유지”라는 말도 더 이상 의미 없다. 상당수 과학계 인사들은 “한국이 우위를 점했던 중국과의 초격차는 이미 사라졌고 대부분 분야에서 한국이 뒤처졌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조차 중국의 발전 속도와 성과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다음 스텝을 밟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광수 서울경제 베이징특파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철들 무렵

김정자(시인·수필가)     우연히 오랜 친분이 있는 분들을 음식점에서 만나게 되었다. 반가움에 두 손을 잡고 어린 아이처럼 깡충대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문득 ‘나 이제 철 들었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시민 정신의 실현을 위한 물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질풍노도”라는 표현이 옳은지 모르겠다.지금 한국에서는 국민의 거센 저항의 물결이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적인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 새로운 사회의

[신앙칼럼] 겸손의 모략(The Conspiracy Of Humility, 마태복음Matthew 11:25~3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영성훈련의 대가, 앤드류 머레이(Andrew Murray)는 “겸손이란 마음에 성령이 충만하여 우리가 우리 속에 살아 계시는 그리스도와

[에세이] 되찾아야 할 보물지도, 우리의 한자문학

한 때, 나는 조선 실학자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깊이 빠진 적이 있다. 이는 연암이 청나라의 열하로 가며 겪은 에피소드와 사색을 기록한 여행기이다. 박지원이 묘사한 열하의 풍경, 수

[정숙희의 시선] 샴페인에 200% 관세라니
[정숙희의 시선] 샴페인에 200% 관세라니

와인의 시작과 끝은 샴페인이라는 말이 있다. 와인 테이스팅에서 맨 처음 맛보는 와인이 샴페인이고, 와인애호가들이 최종적으로 빠지게 되는 와인도 샴페인이라 해서 나온 말이다. 프랑스

[만파식적] 항저우 육룡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의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올 1월 말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R1’을 내놓아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뛰어난 가성비와 효율성으로 미국 오픈 AI의

[삶과 생각] 충격과 갈등과 회개
[삶과 생각] 충격과 갈등과 회개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살다 보면 누구나 다 원하든 원치 않든 고의든 타의든 파란만장한 인생 역마차를 타고 심산유곡을 넘나들며 살게 되는 것이 인생사인 것 같

[시와 수필] 지구별 진짜 뉴스는 사랑이다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채원망과 그리

[수필]동백 아가씨
[수필]동백 아가씨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꽃샘추위에 자라목을 하고 다니느라, 뒷마당 동백꽃이 핀 것도 몰랐다. 붉은 꽃송이를 보자마자 한걸음에 다가갔지만, 푸른 잎 가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메디케어 파트 D의 디덕터블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메디케어 파트 D의 디덕터블

최선호 보험전문인 미국 보험에서 흔히 쓰이는 고유 용어 중의 하나가 ‘디덕터블’ (Deductible)이라는 말이다. 한국에서 갓 오신 분들 중 이 ‘디덕터블’의 뜻을 잘 이해 못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