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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이렇게 적어서야…”분개하는 부자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2-19 0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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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미국의 부호들 중에는 자기 주머니에 많은 돈, 아주 많은 돈을 집어넣어주는 세법에 분노하는 그룹이 있다. 이들을 같은 부류의 부자 친구들은 ‘자기 계층 배반자’라고 부른다.  

백만장자 사업가 스티븐 프린스는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정박한 호화 크루즈 실버 위스퍼에서 반짝이는 도자기 잔에 담긴 모닝커피를 홀짝 거리며 탄식을 한다. 트럼프 감세 정책으로 세금 수백만 달러를 아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기프트 카드 제조회사인 내셔널 비즈니스 프로덕츠를 창업한 그는 지난 2017년 통과된 트럼프 개정세법으로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된 부자 엘리트 계층에 속한다. 올해 그가 내야할 세금은 개정 이전 세제로 냈을 세금에 비해 300만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그는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슈빌 출신의 민주당원인 그는 그런 횡재가 전혀 반갑지 않다. 트럼프 세금 감면은 잘못된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라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아내와 함께 세계 일주 4개월 크루즈 여행 중인 그는 세금 때문에 화가 난다고 말한다. 성공한 사업가인 그는 이제 은퇴가 가까워 오면서 평생 수고해 거둔 열매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재무부에 내야할 세금에 관한 법규를 꼼꼼히 살펴보았을 때 그는 시스템이 너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돈 많은 자신과 같은 부류에는 너무 적게 요구하고 가진 것 별로 없는 이들에게는 너무 많이 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모두 다 탐욕스러운 건 아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나라에 대한 걱정이 있으며 그래서 기꺼이 세금을 내려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대적 세법개정의 혜택은 모든 국민들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 기업들은 엄청난 혜택을 본다. 많은 기업들의 이윤이 늘어났고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이 올라갔으며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하지만 근로 소득이 낮거나 중간인 계층은 세금이 줄어들지 않고, 줄어든다 해도 그렇게 큰 폭이 아니다. 감세로 덕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들이거나 기업이다. 이들 대부분은 세제 개혁 덕분에 그 자신은 물론 경제가 득을 본다고 환호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애국적 백만장자들(Patriotic Millionaires)이라는 부자 그룹이 있다. 전 블랙락 중역이었던 모리스 펄이 2010년 만든 단체로 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주장하는 그룹이다. 근년 이들은 워싱턴과 각 주도에서 의원들을 만나고 연방의회에서 증언을 했으며 부유층 증세를 주장하는 후보들을 지지했다. 

“엄청난 불평등 문제에 우리는 관심을 갖고 있다. 세금감면은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고 펄은 말한다. 

현재 은퇴한 펄은 자신의 투자 소득에 대한 세율이 너무나 낮다는 사실에 맥이 빠진다고 한다. “나는 일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도 현재 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비해 수입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비해 세금을 덜 냅니다. 그럴 있는 게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국가를 위해서는 좋은 게 아닙니다.”

백만장자들이 증세를 주장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은 소위 버핏 규칙이라는 걸 발의했다. 부자들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한 억만장자 투자가인 워렌 버핏의 이름을 딴 것으로 연 소득이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에 대해서는 최소한 30%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안이었다.

버핏은 당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적용받는 세율이 사무실의 20명 직원들의 세율에 비해 낮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세금을 올리고 중간층 임금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세금이 적어지도록 세법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버핏 규칙은 법으로 제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버핏은 트럼프 세금감면을 환영했다. 감세가 미국 기업들에 큰 추진력이 된다는 것이었다. 

최근 부자 증세는 다시 전국적 토론의 장으로 들어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 연방하원의원은 1,000만 달러가 넘는 소득에 대해서는 70% 세율을 적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엘리자베스 워렌 연방상원의원은 순자산 5,0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가정에 대해서는 모든 자산에 대해 연 2%의 세금을 부과하자고 촉구했다. 그리고 10억달러 이상 자산가에 대한 1% 가산세를 주장했다. 

애국적 백만장자 그룹은 이런 제안들을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반면 좌파 성향을 포함한 유명 억만장자 다수는 즉각 이를 비판했다. 2020 대선 민주당 경선 출마를 고려중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워렌의 아이디어를 “아마도 위헌일 것‘이라고 평했다.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생각 중인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역시 이런 제안을 우스꽝스럽다고 했다. 

애국적 백만장자 그룹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에릭 쇼엔버그는 트럼프 세금감면 덕분에 앞으로 몇 년간 수백만 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투자가이자 컬럼비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쇼엔버그는 “세금 시스템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고 말한다. 세제가 부자들만 유리하게 계속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게 전혀 기쁘지가 않습니다. 내 주머니에 돈을 더 넣어준다는 사실은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이 모두는 입법에 의한 위법행위입니다.”

세금을 수만 달러, 아니 수백만 달러씩 절약할 만큼 부자인 사람들에게 그런 액수는 재정적 측면에서 특별히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그들은 이미 엄청나게 부자이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껴서) 돈 항아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식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돈 항아리가 좀 더 커졌다는 정도이지요.” 

그는 스타벅스 커피에 비유를 했다. 스타벅스 직원이 커피를 한잔 더 주었다고 해서 ‘아 3달러가 추가로 생겼구나, 이걸로 뭘 하지?’라고는 보통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자들은 세금 절약한 돈을 요긴하게 쓸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실버 위스퍼로 호화 크루즈 여행 중인 프린스는 부유층 세율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돈키호테 식 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 때문에 그는 부자 친구들 사이에서 입장이 좀 애매하다. 

“내 친구들 대다수가 부자입니다. 그들은 나를 바보 같다고 하지요. 나는 계층 배반자라고 불립니다.”

“세금이 이렇게 적어서야…”분개하는 부자들
“세금이 이렇게 적어서야…”분개하는 부자들

세금보고 시즌을 맞아 회계사와 상담하는 고객들. 일부 부자들은 트럼프 세금감면이 부자들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해준다며 부자 증세를 요구하고 있다.           <Emily Rose Bennett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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